<기고>전세난... 수도권만의 문제인가

2015-06-01 12:04

영산대 부동산연구소 심형석 교수.


-지방의 전세난...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2015년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주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점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늘어나고 전세가격의 상승세 또한 무섭다. 박근혜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대책 등에 힘입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전세가격 상승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전세가격 상승은 높지 않고 입주물량 또한 넉넉해 전세문제는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7천 세대였던 작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2만 세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부산의 경우 1만9천세대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2013년 이후 2만 세대에 가까운 입주물량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과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비슷할 정도이니 부산의 공급증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하지만 수도권 전세난의 경우 물량부족과 함께 전세가구 비중이 높아서 발생하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전세가구 비중은 21.8%였다. 이 비중은 지역별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낮은 제주의 경우 6.7%인 반면, 가장 높은 서울은 32.5%로 무려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부산의 경우에도 18.7%로 서울보다 월등히 적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구 비중이 2006년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아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데 있다. 지난 6년간 서울은 전세가구 비중이 단지 0.7%포인트 감소한데 그쳤으며 인천과 경기는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부산은 3.4%포인트나 감소해 전국 평균 감소 폭인 0.6%를 웃돌았다.

전세가구 비중이 높다는 말은 전체가구에서 전세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세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아파트 공급물량이 많더라도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나, 전세가구 비중이 낮은 지역은 공급물량이 적어도 전세난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세가구 비중이 높은 곳은 매매가격 상승의 여력이 높지 않아 투자수요가 많지 않으며, 매매가격이 높아 월세 전환 또한 만만치 않은 수도권이 대부분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부산의 경우에는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2%대에 그치고 있어 6%에 넘어선 서울에 비하면 높지 않다. 하지만 전세난의 발원지로 주목받고 있는 강남구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7% 수준이며 금정구 장전동 역시 7%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어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큰 차이가 없다. 특히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 또한 2015년 5월 현재 서울이 66%이나 부산은 70%이며 금정구의 경우 75%를 넘어섰다. 전세문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지표를 고려하면 부산 또한 전세난이 가려져 있을 뿐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단순히 전세가격 상승률만을 가지고 전세시장의 안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세가격 상승률 이외에도 전세가비율, 월세동향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세가격의 경우에도 서울 등 수도권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부산은 월세가격지수가 97로서 서울의 95에 비하면 높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부산의 경우 서울과는 다르게 전세수요가 매매나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비중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월세가격이 오르는 등 임차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거비용이 전세에 비해 높은 월세가구가 전체 임차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서울은 39%에 불과하나 부산은 46%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연립주택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아파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은 부산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임대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월세시장과 함께 여전히 임차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세시장에 대한 대책과 지원 또한 요구된다. 특히 전세가구의 비중이 낮아 전세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받는 지방의 경우에도 서민들의 주거비용 절감 차원의 대책이 절실할 수 있다. 새 주거급여제도인 주택바우처가 7월부터 확대돼 시행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