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 무산 위기, 세월호 시행령 무슨 상관이길래?

2015-05-28 16:5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본회의 상정 당일인 28일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결정적 원인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다.

여야는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물론 이와 맞물린 공적연금 사회적 기구 구성안까지 사실상 합의하면서 연금개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5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등을 위한 여야 원내지도부 및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 회동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유승민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2시30분부터 자정까지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세월호 시행령에 대한 견해차로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모법(母法)인 세월호법에 위배되는 시행령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고치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시행령 개정을 확약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한 것이다.

전날 회동에서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핵심 보직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도록 시행령을 수정할 것을 새누리당이 확약하라고 요구했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시행령 수정 문제는 지난 5월 10일 여야 합의사항”이라며 “(특조위) 진상규명국 조사 1·2·3과 중 검찰 서기관이 하도록 된 조사 1과에 진상규명의 실질적 권한이 몰려 있다”며 문제 제기했다.

특히 이 원내수석은 28일 여야 원내수석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지난 5.10 합의 이후) 요구한 2개는 다 양보했는데 우리가 요구하는 단 하나(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라면서 “오늘 시행령과 관련한 진전이 없으면 국회 개의하는 것 자체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막판 쟁점사안 2가지에 대해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았지만, 결국 연금개혁과 본질적으로 무관한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 문제에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사진)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등을 위한 여야 원내지도부 및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 회동에서 새누리당 조원진(왼쪽부터) 간사,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강기정 간사,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그러면서 “진상조사국의 3개 과에서 할 수 있는 업무 17개 중 가장 핵심적인 9개를 조사1과장이 한다"며 "(이렇게) 중요 업무를 조사1과에 몰아놓은 것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 수정을 국회 차원에서 강제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본회의 당일까지 협상 타결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조해진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시행령은 국회 소관이 아니라 정부 소관”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하고 정부·청와대와 입장을 조율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날 원내수석 회동 직후에는 “야당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못해준다고 공표한 것은 지나칠 뿐만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도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위해선 야당이 협력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돕겠지만 (이번 사안에 있어선) 합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맞섰다.

당초 지난 6일 타결 직전 무산됐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후속 논의에서 최대 쟁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 △세월호 시행령 수정 등 3가지가 꼽혔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문제는 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연일 협상을 거듭한 끝에 소득대체율 50%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고 합의된 실현방안을 찾는다는 잠정합의안을 도출, 연금개혁안 처리에 청신호를 켰다.

문 장관 해임건도 새정치연합이 강경했던 해임 요구를 거두는 대신 문 장관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락 됐다.

여야가 이처럼 막판 쟁점사안 2가지에 대해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았지만, 결국 연금개혁과 본질적으로 무관한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 문제에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논평에서 “도대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공무원연금개혁법안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이냐”면서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전형적인 볼모정치이자 구태정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도 “지금이 세월호 문제에 관해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새롭고 안전한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초 예정됐던 본회의 의사일정까지 미뤄가며 ‘2+2 회동’을 열고, 막판 협상을 재개했지만 오후 5시 현재까지 세월호 시행령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