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웃음거리가 된 '자사주의 마술'

2015-05-27 14:3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소위 '자사주의 마술'이라고 하죠. 이 구조를 일본의 법학자에게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며 웃더군요."
 
최근 국회에서 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의 지분율을 높이는 행태에 대해 정당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법학 교수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보기 드문'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태를 꼬집었다. 외국에서조차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얘기에 토론장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가 둘로 쪼개지는 과정(인적분할)에서, 갖고 있던 자사주 지분만큼 신설회사에 신주로 발행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지주사로 귀속되면서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흔히 기업 총수가 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과거 SK, 한진, LG, GS 등 대기업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또 한번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지난달 인터뷰 목적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세요. 회사가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지주사 전환이나 인적분할을 결정할 때, 전문적이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들 수 있을까요? 주식 맞교환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를 찾아보기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막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게 지주회사 도입 목적이다. 의미가 퇴색된만큼, 더 늦기 전에 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 개정안은 분할회사의 자사주에 대해 신설회사의 신주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활발한 기부활동에도 국민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불신이 담겨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꼼수' 행태가 지속되는 한 인식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