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드 줄다리기…배경엔 천문학적 비용 있었다
2015-05-22 00:39
비공식 물밀 조율중
정부가 2년전 사드 배치에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과 달리 최근 입장 변화를 보이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여전히 이른바 '3NO'(요청·협의·결정 없음)를 견지하고 있지만, 최근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정부, 군 고위 관계자가 잇따라 한반도 배치를 거론하면서 정부의 입장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미국 행정부는 나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기간 사드를 거론한 것은 내부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한반도에 대한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계속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미국의 공식 요청이나 협의가 없다"란 말로 선을 긋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드 배치에 드는 수조원 대에 이르는 비용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국방연구원은 "사드를 배치할때 드는 발사대 6기와 미사일 72발,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사드 포대 1개에만 최대 2조원이 든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을 겨냥한 무기의 궤적보다 사드의 요격 고도가 높아 북한이 쏜 미사일을 맞출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그(배치)효율성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비용이나 부정적인 효과에 비해서 얻는 것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배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물론 (배치시) 심리적인 효과는 꽤 있겠지만 남북한 거리가 워낙 짧아서 5분이면 북한의 미사일이 도착하고 북한의 미사일이 1000기 정도 되는데, 사드 한 포대가 미사일 72기 밖에 없다는 것을 볼 때, 사실상 막기 어려운데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2년전인 2013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방위사업청, 합동참모본부, 공군 합동으로 대표단을 꾸려 사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는 미국 본토의 포대를 방문해 장비를 둘러보고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미 측은 "사드는 고도 30~200㎞, 사거리 250㎞의 고고도 탄도탄 방어용"이라며 "한반도 시뮬레이션 결과 대구나 부산지역에 배치할 경우 스커드-B/C와 노동미사일급 방어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지만, 하지만 미 측은 수도권을 위협하는 사거리 100㎞급인 KN-02 등의 탄도탄 위협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대표단은 "종합해볼 때 사드를 수입하는 것보다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즉 사드 배치를 먼저 요구하는 쪽이 비용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치열한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을 매듭짓는 것을 목표로 활발한 조율이 이뤄지는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공식 제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비공식적인 물밑 조율작업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이날 2013년 사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내용과 관련해 "사드를 평가한 사실도 없으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것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지금까지 정부가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사드와 관련한 자료를 공식적으로 받은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