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취임 100일, 지도부 책임론·계파 갈등·지지율 하락 ‘삼중고’

2015-05-18 17:3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 대표가 당 내홍 수습 방안으로 제안한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이 ‘시간 벌기’ 꼼수 비판에 직면한 데다, 2·8 전국대의원대회 이후 고공행진을 벌이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과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둘러싼 계파 갈등, 지지율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표가 당 내홍 수습 방안으로 제안한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이 ‘시간 벌기’ 꼼수 비판에 직면한 데다, 2·8 전국대의원대회 이후 고공행진을 벌이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과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둘러싼 계파 갈등, 지지율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특히 문 대표가 제35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맞아 방문한 광주에서 ‘싸늘한 민심’을 재확인하자 제1야당의 위기론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5·18 기념행사에서 “저부터 시작해 당, 지도부, 국회의원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치열하게 혁신할 것”이라며 몸을 한껏 낮췄지만, 일부 시민들은 “새누리당 2중대는 (참배하러) 올라가지 말라”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문 대표는 5·18 행사 참석 후 사퇴한 주승용 최고위원과 단독 회동을 했지만, 복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文, ‘혁신’에 방점 vs 金 ‘호남 필승론’ 맞불

“예상을 뛰어넘는 파국 양상이다. 문 대표가 제1야당을 이끌 경우 보수진영의 ‘막연한 흔들기’ 정도만 있을 줄 알았지, 우리 당이 공멸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가 제안한 혁신기구 구성에 대해 “시간벌기용 미봉책으로, (재·보선 패배 등) 모든 책임은 대표가 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며 ‘호남 필승론’을 고리로 문 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말 그대로다. 끝없는 갈등의 연속이 계속되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에서 촉발한 계파 갈등이 비노(비노무현)계인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친노 패권주의’ 비판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들은 이날에도 ‘문재인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가 제안한 혁신기구 구성에 대해 “시간벌기용 미봉책으로, (재·보선 패배 등) 모든 책임은 대표가 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김 전 대표는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며 ‘호남 필승론’을 고리로 문 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당내 갈등이 확전으로 치닫자 문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대표는 19.6%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21.4%)보다 1.8%포인트 뒤졌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8 전당대회 이후 처음이다.

반면 문 대표와 ‘시소 관계’인 박원순 서울시장(12.9%)과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7.9%), 안희정 충남도지사(4.3%)는 지난주 대비 2.6%포인트, 0.1%포인트, 1.3%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일각에선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복귀설에 군불을 지피는 등 ‘문재인 대항마’ 찾기에 나섰다.

◆타협 없는 文, ‘호남세력=기득권’ 규정…왜?

눈여겨볼 대목은 호남을 방문한 문 대표가 ‘로우키’(low-key) 전략을 쓰면서도 당내 호남 세력과의 타협에는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입장발표를 최종 보류한 ‘당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보여준 ‘지분 타협은 없다’와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친노 김경협 의원이 이날 비노진영을 겨냥, “공천권은 당원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있는데, 이를 계파 간 나눠먹기로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비노 주장은) 혁신해야 할 구태정치”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노 패권주의도 극복 대상이지만, 호남 기득권 지키기 역시 ‘구체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 같은 인식은 문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취임 다음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우 클릭’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문 대표는 연일 ‘유능한 경제정당’을 앞세워 새정치연합의 수권정당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참배정치와 경제정당으로 중도층을 잡겠다는 셈법이 깔린 행보였다.

여기에 당직 인선에서 손학규계인 양승조 사무총장을 인선하는 등 탕평 인사까지 더해지자 문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한때 30%에 육박했다.

하지만 4·29 재·보선 참패로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호남발(發) 신당 창당 움직임의 물꼬는 트였고, 당 내부에서 ‘문재인 필패론’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노골적인 지분 요구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재창당 이상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파 갈등이 봉합 수단인 지분 나누기 등 구태정치와 결별하고, 당의 모든 것을 바꾸는 창조적 파괴만이 범야권 지지층을 한데 묶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를 보면 호남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탕평의 탈’을 쓴 공천 나누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외부 인사 중심의 혁신기구 구성 △좌 클릭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 호남 민심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를 보면 호남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탕평의 탈’을 쓴 공천 나누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외부 인사 중심의 혁신기구 구성 △좌 클릭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 호남 민심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