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 닫을라"…불법리베이트 근절 나선 제약업계
2015-05-19 00:01
불법 리베이트를 막기 위한 제약업계의 노력이 윤리경영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동아에스티·유한양행 등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은 앞다퉈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강화하고, 내부 고발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윤리경영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CP 운영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CP는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 운영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을 말한다.
정부가 지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면서 규제를 강화하자 제약 업체들도 그동안 관행처럼 여겼던 불법 영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감사실 산하의 CP전담팀을 사장 직속의 CP관리실로 격상시켰다. CP운영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다.
CP관리실은 책임자인 상무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사장을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하고, 사장과 직원의 실시간 대화창을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김원배 부회장과 박찬일 사장 및 임직원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준수(CP)의 날’ 기념식도 개최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2007년 업계 최초로 CP를 도입했다. 올해에는 기존 감사팀과 CP관리팀을 통합해 ‘컴플라이언스팀’으로 CP 조직 개편도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CP준수 모니터링을 보다 체계화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각 부서별 자율준수위원 8명(법무팀 변호사 포함)을 선임, 매월 정기적으로 CP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도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익명제보 기능을 추가한 ‘내부제보시스템’을 오픈하는 등 CP 강화에 나섰다. 이번에 오픈한 내부제보시스템은 인트라넷에 로그인 없이도 부당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제보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CP 활동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위한 세부지침인 ‘자율준수편람’을 개정한 바 있다.
지난해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동화약품도 최근 CP강화를 위한 선포식을 개최하고, 최고경영자 산하의 자율준수 전담조직을 재정비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법인카드 사용 가이드라인 제시와 내부고발을 위한 핫라인 가동 등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회사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영업 윤리규약집 전면 개정,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CP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등도 대표이사 사장 산하의 CP팀을 마련하고, 윤리경영을 위한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의 자정 노력이 일단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5~6년전과 비교하면 영업 현장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의약품=병원영업'과 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약국 제공 리베이트는 줄었지만 병의원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갑(의사)의 의식이 그대로인데 을(제약회사)의 의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때문에 아직 많은 기업이 명목상 자율준수관리자만 선임해놓고 실질적인 운영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아 제도 정착을 위해선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의 지속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