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현대증권 계열분리? 공정위 승인 '산 넘어 산'

2015-05-14 15:48

현대증권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 현대증권]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가 인수 초읽기에 들어간 현대증권을 반드시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승인까지 걸림돌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종철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14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현대증권 인수를 마치면  반드시 계열분리에 나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공정거래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무조건 계열분리가 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것"이라며 "경영ㆍ인사를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을 오릭스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이 요구하는 계열분리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현대그룹 딱지를 떼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분을 3자에 넘기는 동시에 경영ㆍ인사 개입이나 일감 몰아주기, 실적을 좌우할 만한 현저한 거래관계까지 중단해야 계열분리를 해준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오릭스와 협상에서 5년 후 현대증권을 되살 수 있는 옵션을 붙이면서 이사후보추천권을 받았다.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도 최근 주총을 통해 3년 임기로 연임됐다.

이런 경영ㆍ인사권 독립 문제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현저한 거래관계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그룹 대표회사인 현대상선은 오는 3분기에만 현대증권에서 약 1조원을 한도로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금융상품을 사주기로 했다.

현대증권도 마찬가지다. 현정은 회장ㆍ정지이 전무 모녀가 약 70% 지분을 가진 정보기술(IT)업체 현대유엔아이에 몰아주는 일감을 여전히 늘리고 있다. 이 증권사가 2014년 현대유엔아이로부터 사들인 상품ㆍ용역액은 약 141억원으로 1년 만에 13% 가까이 증가했다.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금융위원회 대주주 자격심사만을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계열분리 없이 사들일 경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현대그룹이 채권에 떠밀려 현대증권을 내놓게 됐지만, 계열분리까지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출혈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모그룹 리스크는 줄곧 주가 할인요인으로 작용해왔다"며 "사실상 현대그룹 계열사로 남은 채 지분만 잠시 오릭스에 맡기는 식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