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5조원대 국가소송' 미국서 시작...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최대 쟁점
2015-05-14 09:51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소송액이 무려 5조원대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소송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된다.
이번 소송은 우리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번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소송 액수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만약 패소하게 될 경우에 물어줘야 할 천문학적인 금액도 큰 부담이지만 유사 소송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15일 오전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 내 ICSID에서 우리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개최한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심리는 소송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전은 론스타가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46억 7900만 달러(약 5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면서 2012년 11월 중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1차 심리에선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와 과세 문제를 둘러싼 론스타 측 주장과 우리 정부의 반론을 청취하는 초기 구두심문 및 관련자들 진술을 듣는 증인심문 절차가 진행된다.
론스타는 한국 로펌인 세종과 미국 대형로펌인 시들리 오스틴을, 우리 정부는 태평양과 아널드 앤드 포터를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첨예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번 소송의 중요성을 고려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워싱턴 현지에 파견했다.
일차적 쟁점은 소송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관할권 문제다.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을 통해 외환은행, 강남 스타타워 빌딩, 극동건설 등에 투자했던 론스타는 이 같은 투자 행위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자회사들이 실체가 없으므로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대상이라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대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문제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4억 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려고 국민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차례로 매각협상을 벌이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12년에 이르러 3조9157억 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겨 엄청난 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매각승인을 지연시켜 더 큰 매각차익을 올리지 못했다며 오히려 한국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론스타의 헐값 외환은행 인수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매각을 승인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