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영국대사관에 가로 막힌 덕수궁 돌담길 이어질까 '글쎄'
2015-05-14 11:15
국가적 안보 문제 걸림돌로 작용 실현될 지 미지수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과거 130년 동안 영국대사관에 가로 막혔던 서울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이어져 일반시민에게 개방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는 한국과 영국의 우호적 외교 관계를 기반으로 영국대사관 측에 문호 개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안보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과 찰스헤이(Charles Hay) 주한 영국대사가 14일 오후 주한 영국대사관 관저에서 덕수궁 돌담길 회복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그간 수 차례 협조를 구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스콧 와이트먼(Scott Wightman) 전 주한 영국대사를 직접 찾아 입장을 전했고, 올해 3월 30일에는 신임 대사로 부임한 찰스 헤이(Charles Hay) 영국 대사를 관저로 초청해 재차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양측 실무선에서 '덕수궁 돌담길 회복' 공동 추진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상호간 호혜적인 의사 일치를 확인하고 MOU 체결에 이르렀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시는 MOU 체결 뒤 내달부터 세부 설계에 들어가, 연내 영국과 구체적인 합의를 거쳐 빠른 시간 내 덕수궁 돌담길 모두를 개방한다는 목표다. 이곳을 덕수궁 수문장과 영국 근위병이 순회 경계할 수 있고, 한영 국제문화 행사를 여는 등의 구상까지 대외적으로 알렸다.
이날 찰스 헤이(Charles Hay) 주한 영국대사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MOU는 주한 영국대사관이 덕수궁 돌담길 개방에 대해 서울시청과 함께 계속해서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한 미국대사 피습과 같은 사건들이 대사관 직원으로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우리의 보안 요건이 충족된다면 아름다운 덕수궁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해결책이 가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만일의 보완 사고를 우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협약에도 어느 시점에 결실을 보일 지는 불투명하다. 양해각서가 일반적 동의서로 법적 강제력이나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류의 유효 기간이 1년에 불과, 짧은 기간에 외교상 합의 절차를 이끌어낸다는데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이에 서울시 측은 양 기관이 어떤 이유에서든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땐 상호논의를 거쳐 양해각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것이 보안과 관련된 사항으로 MOU 뒤 서둘러 전문가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며 "당장 앞으로 설계 과정에서 돌담길 조성 및 운영 세부 계획 등 검토와 논의를 진행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