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물꼬' 튼 미국·러시아…고위급 회담, '냉각관계' 해빙 시발점 될까

2015-05-13 16:4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4시간씩 회담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는 안보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미국과 건설적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미·러 지도부의 이러한 행보가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케리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란, 예멘, 북핵 문제 등 거의 모든 국제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케리-푸틴 회담은 당초 1시간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그보다 2시간 30분 길어진 4시간 동안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예정된 회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케리 장관에게 러시아산 와인을 권하며 대화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도 푸틴 대통령이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상세히 설명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앞서 양국 외무장관간 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케리 장관에게 남부 곡창 지대인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생산된 토마토와 감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상징물이 그려진 티셔츠를 선물하는 등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애썼다. 양국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에 대해 “모든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러시아와 미국은 양국 관계에 장기적 피해를 줄 행보를 피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러 고위 접촉이 양국 관계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는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미·러 관계 회복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알렉세이 푸슈코프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케리의 방문이 러·미 관계에 기적 같은 해빙을 가져오고 우리가 공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미·러 관계에 큰 변수가 되겠지만 냉각기류가 흘렀던 두 나라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만으로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서 벗어나 악화된 경제를 시급히 살려야 하고, 미국은 각종 국제 현안 해결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