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행보 폭 넓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다음 행선지 인도 or 브라질?

2015-05-12 15:31
미국·중국·중동·러시아 등 주요 거점 및 신흥 시장 점검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해외 출장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미국·중국 등 대규모 시장과 중동이나 러시아 등을 직접 방문해 생산·판매라인을 점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해외 방문 시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를 하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달리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는 조용한 편이다. 여기에 정의선 부회장의 올해 방문 지역은 자동차 판매가 감소세인 곳으로 해외영업 담당자로서 구원투수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행선지가 나머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인 인도나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아니겠냐는 예상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업무용 비행기 편으로 러시아 상트패테르부르크로 출국했다.

이번 정 부회장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처음이다. 당시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정 부회장은 체코와 러시아를 찾아 현지 시장을 점검한 바 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정 부회장이 러시아를 찾은 이유는 루블화 폭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지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 연산 20만대 규모 자동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판매대수와 매출액이 감소세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1분기 러시아공장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51만대, 매출액은 41.2%나 줄어든 36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 경기 침체로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지 실적 악화에도 현대차는 판매 물량을 유지하며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시장이 어려울 때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환율 안정 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중장기 대응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올 1월에는 미국을 찾아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가한 바 있다. 지난달 초 중국 창저우시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 4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중국 진출을 확대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0~23일 향후 주요 해외시장 거점으로 꼽히는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전세계 대리점 대회를 열고 판매 확대를 위한 전략 세우기에도 나섰다.

중국과 미국은 올 1분기 현대차가 각각 26만6000대, 17만2000대를 판매한 최대 해외시장이다.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 부진 등으로 현지 공장 판매·매출이 감소세다. 현대차의 1분기 중국 현지 공장 판매는 28만대, 매출액 4조824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8.1% 감소했다. 미국은 판매(8만9000대)와 매출액(1조7260억원)이 같은 기간 9.1%, 5.2%씩 줄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은 시장 3월 정몽구 회장이 직접 현장 생산·판매라인을 둘러보는 등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시장이다.

상반기 정 부회장의 해외 행보가 속도를 내면서 차기 행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눈길이 어디에 쏠리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차의 판매 전략 구상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자료=현대자동차]

업계에서는 신흥 시장인 중동과 러시아를 다녀간 것을 감안할 때 브릭스 국가 중 현대차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브라질과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은 연산 15만대 규모 현대차 상파울루 공장이 운영 중이다. 올 1분기 현지 판매대수는 4만3000대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매출액은 11.2% 감소한 4850억원에 그쳤다. 연산 68만대 규모의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은 1분기 판매가 14만2000대로 1.0% 줄었지만 매출액(1조1320억원)이 5.5% 늘며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