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ㆍ신한ㆍ하나지주 경영진, 최저 '3%' 이율 110억 사내대출

2015-05-11 17:4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 3대 금융지주인 KB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이 2014년에만 회삿돈 110억원 이상을 최저 3%대 이율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효율적인 운용자금을 최소로 줄여야 할 경영진이 사적으로 회삿돈을 쓰면서 3% 남짓 이자만 냈다는 얘기다. 논란이 돼 온 은행 직원에 대한 저리대출은 복지 차원으로 볼 여지라도 있지만, 경영진 경우에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11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에 낸 사업보고서를 보면 3개 금융지주는 2014년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총 113억원을 빌려줬다. 전년 127억원보다 약 11% 줄었지만, 여전히 100억원대 대출이 유지됐다.

주요 경영진에는 통상 등기임원뿐 아니라 가족, 사적 지배기업까지 포함된다. KB금융지주는 자회사인 국민은행 상무 이상 임원도 주요 경영진에 넣었다.

신한금융지주는 3월 말 기준으로 등기임원 12명이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경영진 대출로 46억4200만원이 나갔다. 2013년 45억6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늘었다. 담보대출이냐 신용대출이냐에 따라 적용금리가 달랐겠지만, 신한금융지주가 경영진에게 받은 평균 이율은 3.66%(이자액 1억7000만원)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주요 경영진에게 대출로 나간 돈이 2014년 40억8800만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서는 약 7억원 줄었다. 이자로는 1억6700만원을 받아 평균 4.09% 이율이 적용됐다. 하나금융지주 등기임원은 총 8명이다. 

KB금융지주는 주요 경영진에게 빌려준 돈을 2013년 47억6500만원에서 이듬해 25억27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했다. 그러나 회사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주요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이자는 공시되지 않았다. KB금융지주에는 집행임원으로 10명(겸직포함)이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작성방법이 회사마다 다소 다를 수 있고, 공시의무를 지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경영진에 대한 실제 대출금리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어긋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금리는 2014년 평균 3.87%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3.55%)이 가장 낮고, 예·적금담보대출(4.05%)이나 일반신용대출(5.45%)은 최대 5% 이상이다.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가 담보를 잡았다면 경영진에게 저리로 빌려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금융지주는 자회사뿐 아니라 자사 실적개선을 꾀해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직원도 아닌 경영진까지 사적인 목적으로 회삿돈을 빌려간다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국감에서 은행, 보험권 직원에 대한 저리대출에도 특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직원 소액대출은 외부 공시사항이 아니지만, 경영진 경우에는 공시되기 때문에 저금리로 특혜를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