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 전 총리, 은퇴 후 '지리교사' 변신(종합)
2015-05-11 13:46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서민 총리'로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았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은퇴 후 중학교 지리 교사로 변신했다.
원 전 총리가 6일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시 싱룽(興隆)현 류다오허(六道河) 중학교를 찾아 1박 2일간 머물며 학생들에게 ‘중학생과의 지리 이야기- 날씨와 기후’를 주제로 강의했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원 전 총리는 지난 해 5월에도 이곳을 방문해 자연 지리를 주제로 강의한 바 있다.
1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원자바오 전 총리는 학생식당에서 6일 오후와 7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강의에서 날씨 기후와 관련된 지식과 유명 과학자들의 업적, 날씨와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연구 등을 소개하며 학생들과 교류했다.
중국 지질학원에서 지질구조학을 전공한 원 전 총리는 익히 알려진 지질 전문가다. 지리교사였던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문화혁명 당시엔 간쑤(甘肅)성으로 하방돼 14년간 지질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총리 재직 시절인 2009년엔 베이징의 한 중학교 지리 수업 참관 당시 지리 교과서에서 오류를 발견해 해당 출판사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틀에 걸친 일정 동안 원 전 총리는 두 차례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의 ‘독서포럼’에 함께 동석했다. 6일 저녁에는 학교 교사용 숙소에서 하룻밤 묵기도 했다. 총리 재직 시절 ‘원 할아버지’, ‘서민 총리’로 통했던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할아버지 때부터 교육자 집안이었던 원 전 총리는 총리 직에 있을 당시나 퇴임한 이후에도 서적 출간, 특강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3년 10월 '원자바오, 교육을 논하다'(溫家寶, 淡敎育)라는 제목의 서적을 출간한 그는 지난 해 3월에는 산시(陝西)사범대 총장과 당서기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학 학술 출판 자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 해 10월엔 모교인 톈진(天津)의 난카이(南海)중학에서 직접 특강도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에서 10년간 총리를 지낸 원 전 총리는 지진이나 수해 등 재난이 발생 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팔 걷고 구호에 나서면서 '서민 총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2012년 뉴욕타임스가 '거액 부정 축재' 의혹을 보도한 뒤 각종 구설에 오르자 2013년 3월 “세간에서 잊히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퇴 뒤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서한 정치'나 외부 공개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