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넘어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에너지 시장 지각변동 예고

2015-05-11 11:41

중국 최대 국유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공격적으로 원유를 사들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원유 수입규모는 하루 74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미국의 720만 배럴도 넘어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13분의 1과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미국의 원유 수입량을 상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수치는 지난 10년간 진행된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지형 변화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달 중국의 원유 수입이 급증한 것은 이란 등 중동산 원유의 도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가스 업체 중국석유천연가스(中國石油·CNPC)의 트레이딩 사업부인 차이나오일(Chinaoil)은 공개시장 거래를 통해 지난달 한달 동안 약 45카고(1카고 = 약 50만 배럴)에 달하는 오만과 아부다비산 원유를 사들였다.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저유가를 활용해 전략비축유를 확보하고 국제 원유시장에서 기준 가격 결정 등에 있어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해외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고유가와 차량의 연비 개선으로 석유 소비가 억제된 데다 셰일 혁명으로 지난 3년간 셰일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석유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셰일 원유 덕분에 미국은 현재 50만 배럴의 국내산 원유를 수출도 하고 있다.

블랙라이트 리서치의 콜린 펜턴 매니징파트너는 "중국이 전략 비축유 확보를 위해 원유수입을 늘리고 있다"면서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세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컨설팅 기업인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은 "이란이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위해 위해 국영 석유회사들에 디스카운트를 제공하며 관계 강화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현재 배럴당 65달러선 밑으로 붕괴된 것이 외국산 원유 수요를 부추겨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수입량 반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수요 증가세가 더 클 것이라는게 트레이더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 국영 석유기업들은 원유 시장에서 영국의 BP, 로열 더치 셸과 같은 서방 석유회사, 골드만 삭스 같은 거대은행, 원자재 거래 기업인 비톨, 글렌코어 등에 필적할 만큼 세련된 거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두바이상품거래소(DME) 상품 및 서비스 부문 오웨인 존슨 수석은 이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은 점차 중동 원유 시장에서 가격 결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FT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떠오르면서 중동 산유국들에 대한 미국과 중국 양국의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