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4-1)가계소득 제자리...외곽으로 밀려나는 '렌트푸어'
2015-05-10 15:49
서울 전셋값 46주 연속 오름세…전세물건 품귀현상 여전
최근 3년새 아파트 전셋값 26% 뛰었지만 연봉은 11% 상승 그쳐
전세입자 가계부채서 전세대출 비중도 3년새 11.2% 올라
최근 3년새 아파트 전셋값 26% 뛰었지만 연봉은 11% 상승 그쳐
전세입자 가계부채서 전세대출 비중도 3년새 11.2% 올라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 2013년 7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신혼집을 마련했던 직장인 이모(34)씨는 전셋집 재계약을 앞두고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1억9000만원이던 전셋값이 2년 만에 2억6000만원까지 7000만원이 올랐다. 전셋값이 더 싼 외곽 지역으로 가자니 서울 출퇴근이 엄두가 안 난다. 이씨는 "지금도 이자 내기가 버거운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더 걱정"이라면서 "쓸 돈도 없는데 빚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증권사 직원 강모(37)씨.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 1억원을 올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하다 결국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경기도 일산으로 집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이 교육 문제가 마음에 걸리지만 재계약 시 전세대출만 2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30년 된 낡은 아파트의 전셋값이 왜 그리 치솟고 있는지 강씨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가구소득 증가속도보다 전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세 세입자 가구의 대출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거나 재계약이 도래한 세입자들의 경우 오른 전셋값을 부담하지 못해 서울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어 경기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때문에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고 세입자는 전세를 원한다"며 "전세물건 품귀현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처럼 전셋값 고공행진은 지속되는데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지지부진하다. 고용노동부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 근로자 1인당 평균 연소득은 2011년 3408만원이었지만 지난해 3816만원으로 11.9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세입자의 평균 전세 대출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최근 주택임대차 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세 세입자 가구의 평균 전세대출은 2011년 1008만원에서 2014년 1823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세 세입자 가구의 가계부채에서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3.8%에서 2014년 35%로 상승했다.
특히 전세 세입자 가구의 전세 대출 증가는 이들 가구가 집을 사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이 전세 세입자가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 저축 수단으로 보존하던 '순자산'이어서 나중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미 전세 대출을 받아 추가 대출이 어려워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 매수자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월세 임대료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가구당 소비지출액 대비 실제 주거비(월세+기타주거비)의 비중은 2011년 2.07%에서 2014년 2.41%로 상승했다. 특히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의 월세 임대료 부담은 더 커져, 2011년 4.34%에서 2014년 4.56%로 늘었다. 소득 2분위의 경우 2014년 3.45%, 3분위는 2.38%, 4분위는 2.24%, 5분위는 1.34%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에 살던 전세입자들이 전셋값이 저렴한 인접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경기도의 아파트 전셋값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월 기준 2억1145만원이다. 지난 2006년 3월 1억313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9년새 2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급등하고 있는 전세가격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추가 전세자금 부담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