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이나 스포츠 쇼]‘도매시장’ 방불케 하는 거래의 장

2015-05-09 10:30
르포-차이나 스포츠 쇼 가보니 (상)

8일 개막한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내 한 중국기업 부스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운동기구 제품에 대해 기업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아주경제 (중국 푸저우) 채명석 기자 = 사람들은 시장을 간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형 할인마트에게 고객을 빼앗겨 고전하고 있지만, 중장년층중 상당수는 시장을 선호한다.

시장도 차이가 있다. 동네시장을 주로 가지만 구매물량이 많을 때에는 대형시장, 즉 도매시장을 간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소매시장으로 팔려나가는 만큼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다량을 구입할 경우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팔려는 사람도 역시 기왕이면 도매시장으로 간다. 그만큼 제품을 사겠다는 의지가 강한 고객들이 많아 판매 기대감이 높은데 따른 것이다.

박람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규모의 박람회가 열리지만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산업을 대표하는 박람회에 가려고 한다. 박람회는 또 하나의 시장이다.

지난 8일 개막해 11일까지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푸저우 해협 국제 컨퍼런스 엑스포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를 시장의 개념으로 놓고, 서울의 가락시장이나 구리시장 등 도매시장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해 보면, 한국기업이 왜 참가를 검토해 봐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마비된 도로와 박람회장
8일 오전, 박람회장 앞 500여m 거리의 편도 5차선 도로는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와 택시, 승용차, 승합차, 버스 등으로 꽉 들어찼다. 경찰이 나서서 택시 진입을 막자, 승객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도로 옆 보도에도 걸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이동했다.

거북이 주행 끝에 박람회장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미리 받았음에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 여기서 또 시간을 들여야 했다. 박람회장 앞 도로에서 입장까지 40여분이 소요됐다. 박람회장은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베이징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주최측에서도 놀란 모습이었다. 푸저우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초대형 행사인데다가 최근 중국인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건강’과 ‘웰빙’을 주제로 한 행사인 점이 부각되면서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첫날부터 끊임없이 박람회장을 찾아온 것으로 나름 분석했다.
 

8일한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에 마련된 독일 아디다스 부스에서 부대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첨단기술보다 팔릴만한가가 중요
차이나 스포츠 쇼를 찾는 구매자들의 기호는 다양하다.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16만㎡의 면적에 1000개 기업이 3000여개 브랜드를 마련해 놨다. 탁구공, 셔틀콕, 아령에서부터 운동복, 헬스기구, 아웃도어 용품, 전광판, 족용기, 안마 의자, 그네, 철봉, 농구대, 헬스기구, 인조잔디, 수영장, 체육관, 축구장 시설 건축까지 스포츠에 관한한 모든 것을 다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동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이 한 개 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회사는 다른데, 이쪽에서 본 제품의 디자인과 저쪽에서 본 제품의 그것과 똑같은 경우도 있다. 누가 짝퉁제품인지 싸울 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차이나 스포츠 쇼를 찾는 구매자들은 저작권도 고려하고 기술력도 살펴보지만, 그보다는 “이걸 구매해서 내 고객에게 팔 수 있는가”를 더 고려한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에 가서 여러 곳의 오이가게를 들러본 후 한 곳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눈에 확 띄더라도 내가 원하는 수량을 원하는 날짜에 맞춰 만들어 보내줄 수 있는지, 가격 수준을 맞춰줄 수 있는지, 가격에 맞춰 품질도 보장해 줄 수 있는 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더 중요하다.
 

8일 개막한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내 한 농구공 업체 부스에서 농구공 모형으로 골을 넣는 선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해외 바이어들의 참관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차이나 스포츠 쇼의 주된 고객은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매 기업들이다. 박람회가 열리면 중국 전역에서 이들이 몰려든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20여개 국가로 나뉜다고 할 만큼 소비자 특성과 구매력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를 뚫고 ‘팔릴만 하다’고 평가를 받으면, 그 제품은 최장 10년 이상 중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초대형도시와 특대도시에서 유행이 끝나도 대도시, 중등도시, 소도시, 대륙내 농촌, 산촌까지, 13억 인구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장이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대화가 마치 시장에서 흥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매년 여러 한국 기업들이 차이나 스포츠 쇼에 참가하지만 행사의 성격과 초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보다는 자사의 주관적인 기대에 집중해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 로컬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국제품의 우수성을 앞세우는 것과 함께 차이나 스포츠 쇼를 찾아오는 참관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들의 요구에 맞춘 대응을 해주는 상담의 묘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