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인가?”…종파묻는 파키스탄 성지순례 신청서 논란

2015-05-08 15:33
현지 언론, 뒷배경으로 시아파 꺼리는 사우디 지목…사우디 정부 “우린 모른다”

대표적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왼쪽)와 시아파 국가로 꼽히는 이란[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파키스탄 정부가 성지순례(하지) 신청서에 이슬람교의 종파를 묻는 민감한 질문을 포함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성지순례 신청서에 “당신은 시아파인가?(Are you Shia?)”라는 항목을 올해 처음으로 포함했다.

이 같은 파키스탄 정부의 행보는 시아파를 꺼리는 사우디아라비아측의 비공식적인 요청에 따른것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수니파는 이슬람 교도의 약 80~90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수파인 반면 시아파는 소수파로 알려져있으며 이란에 대부분 거주하고 있다.

익스프레스트리뷴은 한 파키스탄 관리의 말을 인용, “(성지순례객을 받는) 사우디가 종파 구분을 하지 않은 하지 신청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우디는 1987년 하지 도중 벌어진 종파간 충돌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퍼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파키스탄은 이란 다음으로 시아파의 수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역시 수니파가 80% 정도로 시아파에 비해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인구가 2억 명에 달해 시아파의 수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예멘 사태때문에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고조한 마당에 성스러운 종교의식인 하지에까지 이런 종파 구분을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사우디 성지순례부는 급기야 지난 5일 시아파를 확인하는 질문을 넣은 것은 전적으로 파키스탄 정부의 판단이며 사우디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여기에 이 질문이 올해 처음 포함된 게 아니라 적어도 2012년부터였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논란은 진화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질문이 올해 갑자기 종파간 차별 논쟁으로 번질 만큼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두 종파의 대립이 첨예해졌다는 것을 뜻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