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민을 괴롭힌다" 분통터뜨린 리커창

2015-05-07 13:46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행정간소화 개혁 박차 주문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공무원들이 시민을 괴롭히고 있다"고 질책하며 행정간소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리 총리는 6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행정간소화, 권한민간이양, 비행정허가(행정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허가) 취소를 재차 촉구했다고 7일 중국정부망이 전했다.

리 총리는 최근 발생한 사례들을 직접 예시했다. 베이징의 한 시민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수속을 밟던 중, 긴급상황 발생시 연락할 사람의 정보를 요구했었다. 시민이 어머니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하자, 관련 공무원은 모자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과 어머니는 호적이 달라 가족관계증명이 어려웠다. 결국 시민은 60위안을 지불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류 제출을 면제받았다. 리 총리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편하게 해주기는 커녕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 총리는 이어 하이난(海南)성의 한 노동자 사례를 소개했다. 이 노동자는 주위의 추천으로 전국모범노동자 선정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지원서 작성에만 8개 관청의 도장이 필요했다. 며칠동안 돌아다녔지만 8개도장을 찍지 못했고, 결국 성정부 지도자의 특별비준을 받아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리 총리는 "인민들이 일처리를 하는게 왜 이토록 어려운가"라며 "정부가 왜 이리 절차를 번거롭게 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는 "2년여동안 행정간소화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인민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며 "더욱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지식재산권 관련 사례를 예시했다. 리 총리는 "한 대만 기업가를 만나보니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신제품을 출시하면 곧바로 중국인들이 모방제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며 "소송을 걸고 지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관련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리 총리는 "정부가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안해야 할일을 하고 있다"며 "개혁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리 총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8400억 달러(한화 약 4384조원)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 등을 활용해 자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상품 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국무원은 "정부는 앞으로 장비수출, 생산능력 세계화에 '순풍'을 주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정책이 중국의 철도, 발전소, 다른 대규모 인프라 장비가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외환보유고 활용 방안 확대 검토 ▲수출신용보험 개선 ▲위안화 국제 결제시스템 구축 ▲기업과 금융기관의 국내외 주식·채권 발행 권장 등 조치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