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 다 죽는다" vs "건설산업 선진화"…소규모복합공사 범위 확대 논란 가열

2015-05-05 14:00
건설협회 16개 시·도회의장 긴급회의 "종합건설업 등록 반납도 불사"
전문건설·국토부 "업역장벽은 없애야할 규제 기요틴(단두대) 규제"

정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종합-전문건설사간 업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곡지구 건설현장.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강영관, 김종호 기자 = 국토교통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종합건설업계와 정부·전문건설업계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복합공사란 2개 이상의 전문공정이 필요한 공사로 공사금액이 3억원 미만일 경우 전문건설사도 예외적으로 원도급자로 허용하고 있는데 법 개정안에는 이 범위를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9일 정부가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업역 침해를 당하게된 종합건설업계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수면아래선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사간에 절충안 마련을 위한 수차례의 만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면서 종합 건설업계가 국토부가 입법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악화 일로에 접어든 상황이다.

국토부는 건설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입법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건설업계는 업역 확대를 목표로 국토부와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건설업계는 소규모 복합공사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를 둘러싼 종합-전문건설사간 업역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합건설업계 "국토부 일방적 입법예고…중소건설사 고사"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29일 지역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을 대표하는 16개 시·도회장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도회장들은 국토부가 업계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며, 협회 집행부가 업역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종합건설업계가 이처럼 '배수진'을 치고 강력 반발하는 것은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소규모 복합공사를 위주로 영업활동을 하는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이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규모 복합공사 금액기준이 기존 3억원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되면 적게는 1조9000억원에서 많게는 6조5000억원의 물량이 종합건설업체에서 전문건설업체로 이전된다는 것이 종합건설업계의 추정이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건설시장에서 10억원 미만의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건수 기준 96%인 상황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중소 종합건설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업역 장벽은 없애야할 기요틴(단두대) 규제"

국토부는 이번에 추진하는 개정안이 규제기요틴 과제로 설정된만큼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규제기요틴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단두대에 세워 없애버려야 할 규제로, 작년 말 정부가 8개 경제단체들로부터 접수받은 153개 규제개혁 기요틴 과제중 114건을 확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제도적으로 '이거는 내 꺼'라는 칸막이를 다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3자간 간담회와 발주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각 업계 입장을 반영했으며, 입법예고 후에도 대안이 나오면 지속적으로 의견수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업계는 국토부가 내세우고 있는 칸막이식 업계영역의 유연화와 관련해 종합·전문이라는 업역구분은 유지한채 예외사유만 확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겸업을 불허하고 있다면 소규모 복합공사 규정과 같은 예외적 조항이 필요하지만, 2008년 이후 전문건설업체도 얼마든지 종합건설업으로 겸업 등록이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거래비용 절감과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이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직접 시공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사실상 무등록 업체를 통한 불법 하도급이 만연한 현실과도 맞지 않다는 게 종합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종합건설업계는 거래비용 절감이 목표라면 오히려 직접 시공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더불어 복합공사 시공자격 등의 문호를 전문업종에게도 열어준다면 종합건설사의 등록기준을 이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등록여건을 보면 방수나 도장, 철골 등 세부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업종별로 기술자나 기능공 2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축과 토목공사를 담당하는 종합건설업종은 기술자 5~11명을 최소 요건으로 규정하는 등 종합건설사 등록여건이 더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복합공사를 실제 수주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3개 이상 전문공종을 등록한 중대형 업체이며, 이러한 업체는 전체 전문건설업체의 10% 정도"라며 "결과적으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시 중대형 전문업체 위주로 수주가 확대되고, 그 결과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 중소업체 보호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