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압승으로 새국면 맞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3대 관전 포인트는

2015-05-03 16:28

 

박근혜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특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한층 격화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품로비 장부 실체 △성완종 특사 공방 △박 대통령 대선자금 의혹 수사 등이 중대 분수령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집권 여당의 4·29 재·보궐 선거 압승으로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았다. ‘전면적 수사냐, 제한 수사냐’의 갈림길에 섰던 수사당국은 집권여당의 재·보선 승리로 정치적 부담을 덜고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3일 검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4일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앞서 검찰은 재·보선 직후 2012년 대선자금 흐름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이 현재까지 여야 인사를 망라한 ‘금품로비 장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굳게 닫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는 속도전으로 전개하면서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특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한층 격화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품로비 장부 실체 △성완종 특사 공방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 의혹 수사 등이 중대 분수령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홍준표’ 소환 임박…두뇌싸움 본격화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3대 국무총리 이임식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성완종 리스트’의 증거 확보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1차 티깃으로 삼은 검찰은 이번 주 측근 6명(각각 3명씩)을 참고인으로 소환한다.

이 전 총리 측근은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캠프 △선거자금 회계 담당자 △조직 업무를 담당한 보좌관 및 운전기사 등이다. 홍 지사 측근도 2011년 한나라당 당시 대표 경선에서 실무와 회계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경남기업 부사장 윤승모(52)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바탕으로 이들 6명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측근 6명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말께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재·보선 및 경선 캠프 회계자료 등 수사 물증 확보가 관건인 셈이다.

문제는 검찰이 고인의 금품로비 장부를 ‘실체 없음’으로 결론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인 ‘비밀장부’ 확보에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검찰이 수사팀 출범 이후 두 차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금품로비 장부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성 전 회장의 메모뿐이다. 이 경우 쟁점은 성 전 회장의 메모가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냐’로 좁혀질 전망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신상태’는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내용의 신용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홍 지사가 연일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만일 홍 지사의 주장대로 ‘특신상태’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성 전 회장의 메모는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인 ‘증거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박찬종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진술은 거짓일 수 없다”며 성 전 회장 메모의 증거능력을 긍정했다.

◆成특사, 공소시효 걸림돌…대선자금 수사도 주목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성 전 회장의 특사를 둘러싼 의혹이다. 앞서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단행된 특사와 관련해 “연이은 사면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만큼 검찰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청. 서영교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친박(친박근혜) 뇌물게이트 사건으로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청와대의 지휘 하에 법무부가 총대를 메고 전임 정권과 야당에 대한 부당한 탄압 작전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고 맞받아쳤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에 서영교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친박(친박근혜) 뇌물게이트 사건으로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청와대의 지휘 하에 법무부가 총대를 메고 전임 정권과 야당에 대한 부당한 탄압 작전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의 고민은 ‘물증 확보’다. 법리 검토에 돌입한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사면인 2007년 특사 과정에서 금품전달 고리를 발견할 경우 공식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특사가 헌법이 보장한 ‘고도의 통치행위’인 데다 특사 결정권자와 당사자가 고인인 터라 물증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알선수재(7면) △알선수뢰(5년) △뇌물죄(10년) 가운데 뇌물죄만 적용이 가능, 경우에 따라 검찰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여부다. 검찰이 재보선 직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2012년 대선 자금 흐름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돌자 정치권 내부에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이어 세 번째 타깃이 결정된 게 아니냐”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성 전 회장은 메모를 통해 당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에 대한 수사 여부에 따라 2012년 대선자금의 전방위 수사로 확산할 수도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것은 정권의 정통성이 달린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4·29재보선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나서 본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