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선도자 알리바바, 성장률 둔화에 "올해 고용 동결" 선언
2015-04-30 11:40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올해 ‘고용 동결’을 선언했다. 그간 고용 창출에 적극 앞장서왔던 마 회장의 이같은 결정은 경영압박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 회장이 지난 달 29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연설에서 “알리바바는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해 왔다”며 “올해는 직원을 한 명도 더 채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 회장은 “대규모의 성공적인 회사에선 8만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지만 나는 현재의 임직원 수인 3만명 남짓이 가장 효율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존의 직원이 그만둬 공석이 생겼을 경우에만 채용을 추진하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낫게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고용 동결은 지난해 2월 이례적으로 춘제(春節·음력 설) 보너스 지급을 생략하겠다는 발언을 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사업다각화를 통해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으나 최근 몇 달 새 급격한 성장률 하락으로 경영 압박이 커지자 이같은 결단을 내렸을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89년부터 고용 창출을 통한 사회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 이에 알리바바는 그간 중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듯 홍콩과 대만에 각각 10억 홍콩달러(약 1380억원)와 3억1600만 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해 청년 창업기금을 창설하는 등 누구보다 고용창출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감을 무릅쓰고서라도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그만큼 알리바바가 큰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1999년 중국 동부도시 항저우(杭州)에 설립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인력을 증강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리바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월말 발표된 분기 실적에서 알리바바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0% 증가한 262억 위안(4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44억 달러를 밑도는 것은 물론 전 분기 매출 증가율 54%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알리바바의 주식시장 열풍도 서서히 마법의 효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약 26조7000억원)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며 연일 신기록을 세워왔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8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119달러에서 29% 하락한 것이다.
알리바바가 최근 짝퉁 논란에 휘말리면서 중국정부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성장률 둔화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과정의 위조상품 유통,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짝퉁 문제로 줄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가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