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만 부진한 이유?
2015-04-29 12:00
선진국 경기 호전과 엔화 약세 등 거시경제 요인이 작용했지만, 한국 제조업의 유형자산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질적 차이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LG경제연구원 및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됐던 선진국 제조기업의 경영성과가 2013년부터 개선되는 추세로 돌아섰지만,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제조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5개 선진국과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5개 신흥국의 9427개 상장 제조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2012년 2.1%를 기록했던 선진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3년 3.6%, 2014년 5.2%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20%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신흥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2년 3.8%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2013년 4.6%로 개선됐지만 2014년 다시 3.2%로 떨어졌다.
수익성도 선진국이 소폭 개선되고 신흥국이 급락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 2014년 선진국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이 4.8%로 신흥국(5.0%)과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상장 제조기업의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했다. 매출증가율이 1.1%에 머물렀고 영업이익률은 악화 추세를 지속해 3.7%에 그쳤다. 2014년 한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분석 대상인 10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유일하게 하락했다.
선진국 제조기업의 경영성과 개선은 미국의 경우 경기 호전, 일본의 경우 엔화 약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외에도 선진국 제조기업들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제고에 중점을 둔 것이 차이를 불러왔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제조기업은 매출원가 비율이 높고 판매관리비의 비율이 낮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비용구조라는 지적이다. 2010~2014년 평균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프랑스가 59.4%로 가장 낮았고 일본이 75.0%로 가장 높았다. 신흥국 제조기업은 모두 70% 이상인데 한국 제조기업은 최고 수준인 82.5%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선진국이 20~30%대, 개도국이 10~20%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12.1%로 가장 낮았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위축되면 판매관리비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반면 매출원가에는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많고 생산과 연동돼 조절이 어렵다. 한국 제조기업이 상황변화에 따라 비용 통제를 통해 수익성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제조기업은 신흥국 제조기업 대비 매출 증가에 비해 유형자산이 증가하는 정도가 낮았다. 따라서 고정비용 하락 효과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화학 업계의 경우 한국과 선진국 기업간 구조조정 방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 강화 목적의 에틸렌 설비(NCC) 증설을 비롯해 해외 저가 원료(가스 등) 기반의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범용사업에서 과감하게 철수하고 고수익 창출형 소재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경쟁력 낙후 설비를 퇴출하면서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3년 761만톤에서 올해 702만톤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미쓰비시와 스미토모는 범용제품의 고부가화 및 기능화에, 닛폰제온, JSR, 우베코산은 특수 그레이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도 바스프가 범용 제품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자화학, 농업화학 등에 투자하는 한편, 토탈이 프랑스 소재 에틸렌 설비 폐쇄를 결정하는 등 과잉설비 감축과 동시에 고부가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한국 화학 업종의 2014년 영업이익률은 5.6%를 기록하면서 2013년(4.4%)에 비해 개선됐지만 미국(8.8%), 독일(9.7%), 일본(5.7%) 기업에 모두 뒤처졌다. 선진국 제조기업이 자산효율성을 제고한 효과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