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진출의 명과 암] 은행권, 너도나도 해외로…현실은 ‘빛좋은 개살구’
2015-04-28 17:10
아주경제 전운·문지훈 기자 = 국내 은행들의 활동 무대가 글로벌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저금리 기조현상이 계속되고 정부의 정책금융으로 인해 수익확대가 어려워지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분히 주먹구구식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해외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글로벌 금융그룹과의 경쟁을 위한 초석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현지화 및 인수합병 전략 부재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각 은행들은 37개국에 162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34개국 152개에 비해 3개국, 10개 네트워크가 증가한 규모다. 네트워크별로는 해외법인의 경우 총 45개로 전년 41개 대비 4개 늘었으며, 지점은 63개에서 64개로 늘었다. 해외사무소 역시 2013년 48개에서 53개로 증가했다.
또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장 및 활성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을 뜯어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수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덕을 보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만이 전체 순이익의 16%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을 뿐 나머지 은행들은 사실상 해외수익 비중이 미미하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이 제대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현지화 전략 실패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현지 교민과 현지 진출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 나가는 것이 고작"이라며 "이로 인해 현지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해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은행권 종사자들이 해외 지점장 등으로 발령을 받으면 그저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길 바라면서 파견을 나간다"며 "이런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해외사업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로만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