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 가수 이적의 이 노래가 매일 환청처럼 귓가를 맴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부터다.

리스트에 오른 박근혜 정부 권력 실세인 8인의 변명은 한결 같았다. “나는 그(성완종)와 친분이 없다. 돈 한 푼 받은 적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망에 올라 억울함을 호소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겐 서운할 법한 말들이다. 그의 서운함을 뒤로 하더라도 어느새 성완종 파문을 향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리스트 속 8인이 얼마의 돈을 받았건 그 자금이 불법정치자금으로 쓰였건 사실 그건 둘째 문제다. 진실 여부는 검찰이든 특검이든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 사법 처리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분노가 큰 것은 이들 8인의 해명이 한결같이 거짓말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비타 500’ 박스로 전달받은 정황과 함께 200여 차례의 통화 기록도 드러났다. 이 총리는 ‘피노키오 총리’란 오명을 쓴 채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거짓말 논란에 한가운데 있다. 그는 “비서실장이 된 이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가 ‘성완종 다이어리’가 발견되자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고 최근까지 40여 차례 통화기록도 나왔다. 게다가 2006년 박근혜 대통령과 독일 방문 경비로 10만 달러 수수 의혹을 받자 “독일 초청재단이 경비를 전부 댔다”고 했지만, 해당 재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최근 1년 동안 성 전 회장과 140여 차례의 통화 내역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쯤 되면 리스트 속 나머지 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의 해명의 진실 여부가 궁금해진다.

부디 나머지 이들의 해명은 거짓이 아니길 빈다. 그래야만 이적의 그 노래가 귓가에서 사라질 것 같다. 그런데 이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마치 성 전 회장의 리스트 8인을 향한 독백 같기만 하다.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