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가속도…"성완종 최측근 이용기 긴급체포·박준호 구속영장"

2015-04-24 09:56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획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23일 긴급체포했다.

또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의 핵심 참고인 2명의 신병이 모두 검찰에 확보됐다.

박 전 상무와 이씨는 특별수사팀이 경남기업 본사 등지에서 진행한 압수수색을 전후해 의혹 규명에 핵심 단서가 될 증거물을 빼돌리거나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등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사 CCTV 녹화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간의 기록이 상당 부분 지워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상무는 회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 20~21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된 경남기업 직원 등으로부터 이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이전 "회사 내부 폐쇄회로TV(CCTV) 작동을 끄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상무가 압수수색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이 일부 자료를 치우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상무와 이 실장은 지난 10여년간 성 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박 전상무와 이 실장은 성 전회장이 숨지기 전날 밤인 8일 주재한 영장실질심사 대책회의에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전반에 관해 조사를 받았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인 7일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병실을 찾아갔을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는 이씨와 박 전 상무도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성 전 회장이 언론인터뷰에서 2011년 5∼6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돈 전달'을 맡겼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은 이달 7일 윤씨와 만났을 때 2011년 당시 돈 전달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으며 장부에 기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씨와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는 점에서 특별수사팀이 7일 회동에서 작성된 장부를 둘이 빼돌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병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팀은 이들뿐 아니라 윤승모·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 수행비서 금모씨, 운전기사 여모씨 등 핵심 참고인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향후 수사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몇몇 참고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거쳐 조만감 메모 속 유력 정치인 8명 중 누가 1차 수사 대상에 오를지도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1차 수사 대상에는 의혹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가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홍 지사는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 등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도 홍 지사를 같은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두 고발 사건은 모두 특별수사팀으로 넘어왔다.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피의자에게 매겨지는 사건번호가 홍 지사에게 부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