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반둥회의서 알맹이 없는 전쟁 반성... 결국 과거사 회피?

2015-04-22 18:13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반둥회의 연설에서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는 발언을 결국 회피했다.

아베 총리가 전쟁에 관해 어떻게 반성할지 관심이 쏠렸으나 이날 연설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1995년 무라야마담화에 포함됐던 이 표현은 과거 일본이 선택한 제국주의 정책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역사적으로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2일 연설에서 그나마 언급한 전쟁 반성은 알맹이가 없었다. 침략 금지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천명한 반둥회의 원칙을 거론하며 "일본은 앞선 대전(大戰)의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이 원칙을) 지키는 국가일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전쟁과 반성이라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반성한다는 내용이 없다.

반둥회의 연설은 전후 70년 담화의 내용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여겨지는 데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 등을 언급하지 않아 70년 담화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우려된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는 반둥회의 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뒤 같은 해 8월 전후 60년 담화에 이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베 총리는 26일부터 예정된 미국 방문 때 워싱턴DC에 있는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