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의원들, 특별연설 통해 "아베, 과거사 사과하라"... 무라야마, "사과하기 싫으니 언급않는 것"
2015-04-22 14:16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와 찰스 랭글(민주·뉴욕), 빌 파스크렐(민주· 뉴저지) 등 하원의원 세 명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과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의 연설은 일주일 뒤 아베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연설은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을 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7)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아베 총리가 미국에 온다기에, 내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 왔다"고 목청을 높였다. 할머니는 또 "아베 총리는 역사의 증인들을 똑똑히 보라"며 "죄를 지었으면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펴고 있는 일본 측이 알 수 없게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언론에 이어 의회까지 나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명시적 반성과 사과를 촉구함에 따라 아베 총리로서는 오는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 대사는 21일 "아베 총리가 이미 무라야마·고노담화 등 역대 정권의 역사인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것은 매우 강력한 입장 표명"이라고 밝혔다.
사사에 대사는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사람들이 이런 부분 저런 부분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전체로서 역대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체로서'라는 언급은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피해 나가기 위한 모호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앞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문구를 포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해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1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으니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