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 정국 소용돌이…與 “민생 먼저”vs 野 “이제 시작” 기싸움 팽팽
2015-04-21 17:55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진실공방을 벌이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끝내 사의표명을 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결국 이 총리에게 사실상 ‘최단기 총리’란 불명예를 씌우면서 당분간 국정 혼란은 불가피해보인다.
더구나 여야는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엇갈린 입장이어서, 공무원연금개혁부터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등 현안이 산적한 4월 임시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 또한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 총리가 이번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이제 정치권이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현안과 민생 챙기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 이 총리 사의가 여당으로선 뼈 아픈 일이지만, 4.29 재보궐선거가 한창인 만큼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 성완종 리스트 관련 진상 규명은 검찰 수사로도 부족하다면 특검 수용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정국주도권을 야당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간적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이제 새누리당은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민생을 챙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야당만 동의하면 이번 주례회동에서 특검을 합의하고 준비에 착수할 생각이 있다”며 “야당이 성완종 리스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에만 몰두하고 민생을 외면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이제 야당은 공무원연금개혁, 경제활성화법 등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4월 국회를 재보선용 정쟁 국회로 악용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여권 인사들의 부패 연루 의혹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큰 틀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민생 현안 처리에 대해서는 야당 역시 긍정적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지원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자진사퇴) 결단을 잘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뒤 “이 총리의 사퇴는 공정한 수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8명에 대해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을 불러온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대한민국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 친박게이트를 철저히 파헤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4월 임시국회 현안 처리가 이번 파문으로 희석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야당도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에서 촉발된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는 여야 문제도 아니고 정쟁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주례회동에서 운영위의 시급한 소집을 요구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민생현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4.29 재보선이 끝난 직후부터 총리 후보 인선과 청문회 등의 일정 등으로 인해 여야 간 대화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약속한 만큼 여론의 향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공무원 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다른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 전망도 밝은 편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비롯해 무상보육 지원 내용이 담긴 ‘지방재정법’ ‘관광진흥법’ ‘주거복지기본법’ ‘최저임금법’ 등을 4월 임시국회에서 먼저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