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박준호 소환 조사·이완구 사의 표명…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급물살

2015-04-21 15:57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가장 먼저 소환했다. 박 전 상무가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키맨으로 꼽히는 만큼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사진=아주경제DB]

이완구 사의 표명으로 "검찰, 현직 국무총리 소환 부담 덜어"
경남기업 3차 압수수색…증거인멸 단서 확보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필두로 소환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성 전 회장이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해 왔던 이완구(65)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점도 검찰의 행보가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1일 낮 12시25분께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박 전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의 금품제공 의혹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목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비밀 장부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답했다.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건 없었다"고 일축했다.

박 전 상무는 '리스트에 오른 8명 외에 로비에 연루된 다른 인물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금품 전달 의혹이 사실이냐는 물음에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고, 성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서도 "검찰에 가서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 전 상무는 1997∼1998년 추미애 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비서로 근무하는 등 정치권과 인연이 있고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이후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를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메모를 작성한 경위와 메모에 등장하는 정치권 인사 8명에게 실제 금품을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경남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등 성 전 회장을 오랜 시간 보좌한 만큼 성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나 금품의 전달 경위, 사실 여부를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비서실장 등 다른 측근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 2인자이자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를 소환하는 부담을 덜었다. 

성 전 회장은 2013년 이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이 총리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인물 8인 가운데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검찰은 수사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박 전 상무를 대상으로 사건 전반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면서 수사방향을 다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부터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사무실에 대한 세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회의록 등을 확보했으며 경남기업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녹화기록 등의 자료를 입수했다.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디지털 파일의 상당수가 고의로 훼손·삭제된 흔적을 발견했으며 CCTV를 며칠간 꺼둔 채 내부 자료를 회사 밖으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기존에 압수한 CCTV 영상과는 별도로 경남기업이 CCTV 영상 원본을 보관·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서로 대조 분석하며 자료를 파쇄하거나 빼돌리는 등 증거 인멸 또는 은닉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