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제약산업 투자 미흡…‘파마 2020’ 달성 어려워”

2015-04-22 00:05

김옥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사진=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제공]


아주경제(세종) 조현미 기자 = 김옥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은 21일 “한국의 제약산업 지원 정책은 내용이나 속도 면에서 미흡하다”며 “지금 같은 상태에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파마(Pharma) 2020 비전’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얀센 대표이사로 지난 3월 KRPIA 첫 여성 회장직에 오른 김 회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제약산업 지원책이 다른 국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북미·유럽과 함께 제약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면 10년간 보호·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신흥 제약시장인 중국의 경우 자국 제약사를 적극 보호하는 한편 자국 의약품을 글로벌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2012년 발표한 파마 2020 비전은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수출 1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신약 4개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제약사가 개발한 우수 의약품도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약가를 책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 신약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수입 의약품 가격을 결정할 때 첫 판매국 등 기존 판매국가 약값을 참조하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가 결정한 약가 수준이 높을수록 해외에서도 고가에 팔리고, 저렴한 약은 다른 국가에서도 낮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제는 가격 수준이 너무 낮으면 현지 판매 업체가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수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일양약품의 궤양치료용 신약 ‘놀텍’과 보령제약이 개발한 국내 첫 고혈압약 ‘카나브’가 이같은 이유로 중동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회장은 “현행 약가 제도는 한국 제약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발목을 잡고 결과적으로 성장에 직접적인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이는 파마 2020 비전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정부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