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박힌 남아공, 이웃나라 보복조치에 사면초가
2015-04-21 11:05
아프리카계 외국인 겨냥 범죄 극성에 인접국들 “친구에 대한 끔찍한 살육” 비난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내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겨냥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폭력사태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등 이웃 국가들의 비난과 보복조치가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언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국가는 특히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대 당시 백인 정권에 맞서 투쟁하던 남아공 흑인들에게 자신들이 피난처를 제공한 ‘형제 나라’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폭력 사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짐바브웨 현지 언론인 네한다 라디오의 지난 19일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남아공 제노포비아 사태에 대해 “충격과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짐바브웨 국립학생연합 대표 길버트 무투부키는 “여기서 픽앤페이와 같은 남아공 기업들은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지만 남아공에 있는 우리 형제들은 도살당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모든 것을 중단하기 전까지 모든 남아공 기업체에게 똑같이 해주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모잠비크에서는 200여 명의 군중이 국경을 지나가는 남아공 차량을 향해 돌팔매질을 해 도로가 한시간 여 동안 차단돼기도 했다. 이에 남아공 에너지·화학 거대기업 '사솔'은 직원들의 안전을 우려, 모잠비크에서 직원 340명을 철수시켰다.
이 같은 인접국들의 보복 조치는 지난 달 30일 더반에서 발생한 외국인 약탈·방화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14세 소년 등 최소 6명의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숨졌으며, 5000명 이상이 집을 잃고 난민 신세가 됐다. 이후 요하네스버그 등에서도 외국인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등 제노포비아 폭력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8일 반둥회의 참석일정을 취소하고 피해 외국인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더반 채츠워스 난민캠프를 방문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주마 대통령은 이들에게 “우리는 형제·자매로 살기를 원한다”며 달랬지만, “이미 늦었다”는 냉담한 반응만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