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영업전선에 뛰어드는 애널리스트

2015-04-12 06:00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A증권 리서치센터에서 8년째 일해 온 애널리스트 김모씨(42)는 이번 봄 갑자기 영업지점 발령을 받았다. 주로 해외펀드를 분석해 온 김씨는 당혹스러웠다. 김씨도 다른 애널리스트 동료가 부서를 옮기는 것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감했지만, 막상 자신에게 닥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최근 2년 사이 약 20% 감소했다. 국내 61개 증권사에 속한 애널리스트 수는 현재 1150명으로 2년 전보다 300명 가까이 줄었다. KTB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애널리스트를 35명에서 17명으로 50% 넘게 감원했다. SK증권이나 IBK투자증권도 나란히 약 40%가 줄었다. 현대증권이나 NH투자증권도 최대 20명 이상 내보냈다.

주요 증권사는 2014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손익부서인 리서치센터 규모부터 줄였다. 증권업계 직원 수는 같은 해 말 3만6561명으로 전년 대비 37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증권업계 순이익이 1년 만에 약 560%(1조7000억원) 늘어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물론 애널리스트 감원은 회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없는 일이다. 애널리스트 1명이 담당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기가 어려워졌다. 면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 필수인 연구보조원도 크게 줄어들면서 보고서 1장을 쓰는 데 드는 시간도 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깊이만 문제가 아니다. 양적으로도 위축되고 있다.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가 크게 줄어들었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증권업계 보고서 수는 2014년 약 2만3400건으로 1년 만에 9% 넘게 감소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리서치는 증권사 실력을 보여주는 잣대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실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