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우수 성적 학생 대입 준비기관으로 변질”
2015-04-10 15:05
‘특목고 공교육발전에 필요한가’ 공청회서 지적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외국어고등학교가 비교적 부유층의 우수 성적 학생들이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목적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권학교폐지 일반학교살리기 국민운동’과 도종환 의원, 박홍근 의원, 배재정 의원, 정진후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으며, 참교육연구소와 교육혁명공동행동이 주관해 9일 국회에서 열린 ‘특목고 공교육발전에 필요한가’ 공청회에서 황지원 서울시립대 교수는 “외고는 본연의 특수목적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받아들여 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신흥 입시명문고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현재의 특목고(특히 외고) 체제는 불분명한 특수목적을 가지고 운영돼 실제 표방하는 목적과 달리 비교적 부유층의 우수한 성적을 가진 아이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그 목적이 변질됐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국가 차원의 특수목적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민간의 수월성 교육 수요를 야금야금 허용하는 형태의 고교 정책은 우리 중등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수목적’ 고등학교라기보다는 ‘특수집단’ 고등학교, ‘특수성적’ 고등학교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형태의 유형화는 고교교육 정상화의 맥락에서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남규 특권학교폐지서울공대위 대표는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는 70점이었던 지정취소기준점수가 외고·국제고·국제중 평가에서는 60점으로 변했고 24~28개 지표의 배점은 2점에서 8점까지로 구성됐는데 각 항목에서 최하인 미흡도 언제나 1점을 부여해 모든 항목에서 미흡을 받아도 기본 점수가 24~28점이 주어진다”며 “교육부는 법률에서 위임받은 바 없는 시행령을 고쳐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면서 동의권을 행사하고 기본점수를 25점 주는 방식과 낙제점을 60점으로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특목고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14년에는 기준점수(교육감이 설정, 대개 70점)를 넘어도 입학비리와 교육과정 부당 운영에서 미흡을 받으면 교육감이 취소할 수 있었는데 2015년에는 기준점수(교육부가 60점으로 설정)를 넘어도 ‘매우 미흡’을 받으면 2년 후 재평가하고 재평가에서 ‘매우미흡’을 받아야 취소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교육청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특목고 지정취소를 교육부가 취소할 수 있는 장치를 평가지침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자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도종환 의원, 박홍근 의원, 배재정 의원, 정진후 의원은 특목고가 설립목적과 달리 특권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목고의 존립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후 의원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고등학교 체제에 있어서 수직적인 다양성을 상징하고 있고 교육목표나 설립취지와 상관없이 상위권 좋은 대학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통로이자 입시전문학교로 인식되고 있다”며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자녀가 공부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배재정 의원은 “외국어고, 과학고를 필두로 한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일반고로 이어지는 위계구조가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내고 우리 교실을 붕괴시켰다”고 했다.
도종환 의원은 “특목고가 애초의 설립 목적인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상실한다면 특목고는 존재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 ‘그들만의 리그’를 향하는 특권학교가 아니라 수평적 다양성이 넘쳐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보편타당한 우리 모두의 학교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은 “특목고가 특권층만을 위한 학교, 입시예비교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특목고의 존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