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앓는 러 30대男 "내 머리 통째로 다른 사람 몸에 이식 원한다"

2015-04-09 17:10
수술 시간 36시간 소요…비용은 120억원 예상
70년대 원숭이 대상 실험, 면역체계 거부로 8일 만에 사망

▲ 머리 이식 수술을 맡겠다고 나선 이탈리아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씨(왼쪽)와 해당 수술 의향을 밝힌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씨. [사진= 유튜브]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희귀병을 앓는 러시아 30대 남성이 다른 사람의 몸에 자신의 머리를 연결하는 사상 초유의 수술을 받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로시이스카야 가제타’는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도시 블라디미르에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0)씨가 “머리 이식 수술을 받겠다”며 “가족도 내 의사를 지지해주고 있으며 내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피리도노프씨는 한 살 때부터 척수 운동신경 세포 이상으로 근육이 약화되고 마비되는 치명적인 질환 ‘척수성근위축’을 앓아왔다. 그는 수술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병이 심해지고 있고 얼마 안 돼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앉아서 그날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내 몸으로) 과학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통상 척수성근위축 환자는 길어야 20세까지 밖에 살지 못하지만 스피리도노프씨는 예외였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오랜 기간 목숨을 유지할 확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이식 수술은 머리 소유자와 몸 기부자의 피부·뼈·동맥을 접합한 뒤 두뇌와 척추 신경을 연결하는 초고난도 수술이다. 스피리도노프씨는 자신에게 몸을 제공할 기부자는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나 사형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리도노프씨의 수술을 맡겠다고 나선 의사는 그간 머리 이식 수술 연구를 해온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씨다. 앞서 그는 “오는 2017년 수술을 시도해보겠다”는 계획을 밝혀 의학·윤리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스피리도노프씨는 2년 전 인터넷을 통해 카나베로씨의 이 계획을 접하고 그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수술 여부를 의논해왔다.

스피리도노프씨는 카나베로씨에 대해 “그는 수많은 중대한 수술을 맡아 온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라며 “물론 머리를 이식하는 수술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우리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술 비용이다. 36시간이 소요될 이 수술에는 750만파운드(약 120억원)가 들 것으로 카나베로씨는 예상했다.

지난 1971년 의사 로버트 화이트씨는 원숭이를 상대로 머리 이식 수술을 감행한 바 있다. 당시 수술을 받은 원숭이는 신체 면역 체계가 새로운 기관(머리)을 거부해 스스로 숨을 쉬지 못했고 8일 만에 사망했다. 이 원숭이는 척수 부분 연결이 안 돼 움직일 수도 없었다.
 

▲ 지난 1971년 의사 로버트 화이트씨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사진은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의 모습. [사진=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