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최약체’ 빈즈엉 상대로 1-1 무승부…E조 1위 유지

2015-04-09 09:14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클래식 최강의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인 전북 현대가 최약체로 분류되던 빈즈엉(베트남)에 비기며 체면을 구겼다.

전북은 8일 베트남 빈즈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4차전 원정경기에서 베트남 V-리그 챔피언인 빈즈엉FC와 1-1로 비겼다. 전북은 이날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쳐 조별리그 2승 2무(승점 8)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산둥 루넝(중국)이 4-4로 비겨 E조 1위 자리를 가까스로 지켰지만 아시아 무대 제패에 적지 않은 부담이 생겼다.

경기 초반부터 빈즈엉은 홈 관중의 열띤 응원을 등에 업고 예상외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잃을 게 없다”던 빈즈엉 응우웬 탄선 감독의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빈즈엉의 우간다 출신 미드필더 우세스 올로야는 기회만 생기면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선보였다.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전북 골키퍼 홍정남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베트남 V-리그에서 6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세네갈 출신 아바스 디엥도 유연한 몸 놀림을 앞세워 전북 수비진을 수차례 위협했다.

전북도 이에 맞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좌우 날개로 출전한 이승현과 브라질 출신 에닝요가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던 전반 29분 빈즈엉 수비진과 경합하던 이승현이 코너킥 기회를 만들었다. 에닝요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골키퍼 쪽으로 휘어 올라갔고 골키퍼와 조성환이 경합을 벌이던 중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다.

후반 들어 빈즈엉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전북은 ‘닥공’을 펼치기 보다는 수비 진영에서 공을 걷어내기에 바빴다. 후반 7분 전북 수비진이 어설프게 걷어낸 공을 상대 응웬 안득이 받아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문 윗부분을 맞고 튕겨 나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후반 10분 이승현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24분에는 에닝요를 불러들이고 김동찬을 투입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좀처럼 닥공의 모습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대 수비진에 꽁꽁 묶인 에두가 좀처럼 공을 잡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후반 내내 전북의 골문을 위협하던 빈즈엉은 경기 종료 직전 아바스 디엥이 동점골을 넣으며 승점 1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지난 5일 최 감독은 17명의 선수만 데리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빈즈엉과의 전주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깨어난 이동국과 대표팀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재성 등 주전 선수 4명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우리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과 ACL을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두 대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을 이원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모두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결국 무승부를 거두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원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쓴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