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펀드 투자 국책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총대
2015-04-07 16:42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중동 투자가 정부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으나, 불투명한 수익성 탓에 민간 참여는 저조한 가운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만 총대를 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에 합쳐지기 전인 2013년부터 추진한 '한국 걸프협력회의(GCC) 경제협력 사모투자펀드(PEF)'가 최근 목표 대비 절반 수준인 1억 달러 규모로 조성됐다.
1억 달러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8500만 달러를 산은(7000만 달러), 수출입은행(1500만 달러) 2곳이 냈다.
PEF 운용은 KB금융지주 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가 맡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상반기 안에 쿠웨이트를 첫 투자처로 현지에서 식품포장 및 테이프, 건부자재용 이축연신폴리프로필렌필름(BOPP) 합작공장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GCC 6개국과 공동투자를 목적으로 2년 전부터 추진됐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억 달러로 예상됐던 펀드 규모가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산은이 7000만 달러를 출자했지만, 나머지 3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일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동 쪽은 걸프투자공사(GIC)를 통해 단박에 1억 달러를 조성했다.
GIC 측이 빠른 펀드 조성을 위해 2014년 5월 한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으나, 우리 민영 금융사나 연기금은 사업성 문제로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나머지 자금도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대기로 해 펀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펀드가 만들어진 후 KB인베스트먼트는 투자처 물색에 나섰고, 앞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순방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당시 순방에 동행한 KB인베스트먼트는 쿠웨이트 산업은행과 약 1억 달러(한화 1100억원)를 투자하는 BOPP 공장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동 산유국은 석유 고갈 시기를 이르는 포스트 오일시대를 대비해 새 수익을 올릴 투자처를 물색해왔다.
그러나 이번 펀드는 투자 조건이 까다롭다. 중동 GIC 펀드와 공동으로 투자해야 한다. 투자처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GCC 6개국에 최소 60% 이상 투자해야 한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첫 투자처를 쿠웨이트로 정하고 BOPP 외에 투자대상을 고심하고 있으나,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쿠웨이트를 비롯한 해당국에서 투자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