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선체인양 적극 검토' 발언 왜?

2015-04-06 16:39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선체 인양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최근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세월호 인양에 긍정적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여론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들 내에서도 세월호 선체 인양을 찬성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날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1주기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772명(77.2%)이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인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응답자는 179명(17.9%)에 머물러 찬성 의견의 4분의 1에 그치는 결과가 나왔다.

이날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4.3%가 '인양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인양이 불필요하다'는 26.5%에 그쳤다. (무응답 9.3%)

박 대통령이 '인양 가능 여부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유족·전문가 의견·여론 수렴 등 공론화'를 여전히 전제로 깔기는 했지만 그동안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정부 태도에 비해 좀 더 강하고 적극적인 어조라는 점에서 정부가 '세월호 인양' 쪽으로 방침을 굳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론수렴의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언급한 데 대해선 "책임있는 정부 입장에서 적절치 못한 방식"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여론 수렴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을 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1주기(16일) 전에 기술검토 TF의 중간발표든, 최종발표든 그간의 검토 상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과 정부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특위 공무원 정원을 90명으로 줄이고 기획조정실 실장을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이 맡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이날 2만 7천822명의 서명을 받은 의견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세월호 1주기이라는 고비를 잘 넘겨야 하는 청와대 내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함에 따라 향후 경제활성화와 공공부문 개혁 등 국정과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국정 구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는 16일 세월호참사1주기를 맞아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달할 메시지 형식과 내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가족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등을 촉구하며 16일 추모제를 따로 열 계획이어서 정부 행사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희생자 추모와 국민안전 의식 제고 차원에서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한 만큼 일단 첫 기념식 행사를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전 국민의 관심과 배려를 당부할 계획이다.
 
또 각 부처 장관들은 지난달부터 시작해 세월호 1주기인 오는 16일까지 안전현장 방문 및 점검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지하철 9호선 현장 방문(국민안전처), 가뭄피해 우려지역 현장방문(농식품부),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주경기장 안전점검(경찰청), 수학여행 안전 점검(교육부), 연안국제여객선 안전점검(해수부) 등이 이뤄졌고, 아동복지·장애인주거시설(복지부), 건설 현장(노동부) 군 노후숙소(국방부) 농촌관광시설(농식품부) 등 각 부처별 안전 점검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경기 안산이나 전남 진도 등을 찾거나 유가족을 직접 만나는 방안, 정부 차원 공식 행사에만 참석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