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풍수사상 ‘넘사벽’ 가로막힌 중국의 묘지개혁

2015-04-06 14:24
4㎡의 묘지 7천만원에 팔려, 매년 묘지가격 급등 지속
100% 화장 목표 중국, 전통사상 풍수사상에 실현난망

중국인들이 지난 5일 청명절을 맞아 푸젠성 푸저우의 야산에 조성된 비교적 호화로운 묘지를 찾아 손질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5일은 조상들의 묘를 찾아 묘지 주변을 정돈하고 참배하는 청명절(淸明節)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인들을 청명절을 몹시 중시 여긴다. 청명절이 되면 대거 조상 혹은 순국선열의 묘지를 찾고, 중국 당국은 이를 위해 청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청명절이 되면 매년 터져나오는 소식이 있다. ‘아파트보다 비싼 묘지값’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다. 올해에는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에서 4㎡의 묘지가 40만위안(한화 약 7000만원)에 팔려나갔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상하이 인근에 있는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시 솽펑(雙鳳)공원묘원의 묘지는 3만~4만 위안(약 530만~705만 원)이 대부분이며 10만 위안(약 1760만 원)을 넘는 것도 있다. 상하이시 권역내 화팅(華亭)현에 있는 공원묘원의 경우는 최저가격이 6만5000위안(약 1145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묘지가 대부분 2㎡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묘지의 1㎡당 가격이 1만~4만 위안에 달하는 셈이다.

중국 100대 주요 도시의 3월 신규주택 1㎡당 평균가격은 1만523위안이었다. 묘지값은 천정부지로 급등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국의 묘지가격은 왜 이렇게 올라가고 있을까.
 

안후이성 딩위안시의 공동묘지에서 묘지주변을 정돈하고 있는 시민들.[사진=신화통신]

◆국가시책이지만 진도 더뎌

중국의 묘지하면 진시황이 죽기전에 만든 72기에 달하는 무덤이나 불과 13명의 황제가 40㎢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명 13릉 등이 떠오른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망자의 묘지를 중시했다. 게다가 중국은 풍수지리사상의 원조국가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전만 하더라도 ‘하나의 거대한 묘지'라 불리울 정도로 들이나 농토 등 어딜가나 무수한 묘지가 널려 있었다. 유교적 전통이 뿌리깊어 묘지 면적 및 형태가 곧 한 집안의 위세와 가풍을 상징했으며, 장례도 화려했다. 1933년 중국난징(南京)대학 농과대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중국의 묘지 면적은 본토 총 경작지의 1.1%인 10만3000㎢에 달했다. 묘지의 63.5%는 곡물생산이 가능한 경작지를 잠식했다.

이에 중국은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화장을 국가정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기존의 묘지들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무소불위 중국공산당의 지시하에 전국에 널려있던 토장(土葬)들이 대부분 해체됐다. 화장을 한 유해는 납골당에 모시도록 했다. 현재 중국의 공동묘지는 대부분 납골당의 형태를 띄고 있다. 묘지 면적은 크게 0.5㎡, 1㎡, 2㎡, 2㎡이상 등 4가지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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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장에서 화장으로의 개혁은 쉽지 않았다. 화장 보급 40년이 넘은 1997년의 경우 화장률은 36%에 그쳤고 지난해 화장률은 45.6%에 그쳤다. 민정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977만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화장한 인원은 446만구였다.

◆입토위안 사상, 자살 감행키도

중국에서 토장은 6000년 전부터 그 풍속이 있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으로 훼손하지 않는 게 효의 시작)’이라는 유교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인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지만 백(魄)은 시신에 남는다고 여긴다. 사자(死者)를 공경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는다고 생각한다. ‘입토위안(入土爲安, 망자는 땅에 묻혀서 안정을 얻는다)’의 관념 역시 중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안후이(安徽)성 한 농촌에서는 노인들이 줄지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지역 관리는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명분 아래 7월부터 전면적인 100% 화장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었다. 노인들은 동요했고, 정책시행 전에 사망해야 토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것이다. 노인들이 화장을 피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일은 1990년대부터 발생해 왔다. 그만큼 민간사상의 영향력이 강한 셈이다. 전통사상은 화장률 제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중국 심양의 한 공동묘지 모습.[사진=]

◆풍수좋은 묘지 돈주고도 못사

풍수사상은 중국의 묘지개혁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중국인민들은 이사를 하거나 사무실 입지를 선정할 때, 건물을 신축할 때 풍수가의 자문을 받는다. 짐승 뿔 모양의 장식물을 건물 옥상에 올려놓는다는지, 둥그런 아치형태로 건물을 짓는다는지, 건물 고층부에 커다란 구멍을 내놓아 바람을 통하게 하는 식의 건물디자인 역시 풍수가의 자문하에 만들어진다. 게다가 묘지를 선정할 때 풍수가의 조언은 그야말로 강력하다. 경제력이 풍족한 중국인들은 화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풍수가 좋은 묘지에 조상의 유해를 안장시키길 원한다.

때문에 중국 당국이 지정해 놓은 공동묘지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빼어난 곳에 묘지수요가 몰린다. 조상묘지의 풍수가 좋아야 후손들의 재복이 좋아진다는 생각에, 풍수가 좋은 묘지를 구매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때문에 묘지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공동묘지는 국가가 관리하고 있고, 공동묘지의 신설 역시 국가의 승인사항이다. 화장과 생태안장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공동묘지를 확대시켜 공급을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중국에서 공동묘지 관리사업은 안정적인 고수익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업과 어업, 임업, 목축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식품 기업인 푸청우펑(福成五豐)은 지난해 8얼 허베이성의 싼허링산바오타(三河靈山寶塔)공원묘지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푸청우펑의 주가는 급등했다. 싼허링사바오타는 풍수지리적으로 입지가 좋으며, 40만개가 넘는 묘지를 보유하고 있다.

◆2020 목표 화장률 100%

지난해 중국 민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전국의 화장률을 10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민정부는 같은 기간 생태안장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태안장은 화장한 유골을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공간에 보관하거나 분말로 만들어 강과 바다에 뿌리는 것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장과 관련한 시설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縣) 단위마다 최소 1개의 장례식장과 장례서비스점을 건설해 화장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유골을 보관하지 않는 유족들을 위한 기념시설을 만드는 등 유인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전통사상과 풍수사상으로 인해 중국의 화장 100% 목표 달성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