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긴급진단] 최근 회복세는 세입자의 매매전환 영향..."추세전환 단정키엔 일러"

2015-04-05 15:45
실수요 중심 회복세 연말까지 지속, 가격 상승은 제한적…"투자적 접근은 신중해야"

5일 오후 지난 3일 개관한 롯데건설의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강영관·장기영·노경조·김종호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매매가 되살아나고 청약 열기가 이어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쌍끌이 장세'가 근본적으로는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1%대 저금리를 등에 업고 대거 실수요층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대체로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투자수요가 가세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상승세가 본격적인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는 추세전환으로 보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최근 매매 거래가 전셋값에 지친 세입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상승세도 실수요가 많은 소형 주택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싼 아파트 값을 감당하기 힘든 세입자들이 최근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등으로 갈아타기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외 주택의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현재 거래량은 이른바 배가 부른데 더 먹을 것을 찾는 모양새"라며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다만 그동안 지연됐던 분양물량의 공급과 반전세시장으로 이동했던 수요층의 매매전환 등으로 올해 연말까지는 이같은 시장 활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저금리와 전세난의 영향으로 실수요 중심의 소형 주택거래 및 소폭 가격 회복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지역과 상품 간의 수요량 및 가격 변동폭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소형주택 가격의 단기 과열 양상도 엿보여 지속적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이후 금리 변동성과 공급 증가에 따른 수급 조절을 염두에 두고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 아파트에 비해 소외받았던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빌라·연립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뉴타운 해제지역에 건축규제가 풀리면서 신축빌라 공급이 늘고 있다는 점도 수요 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예측됐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난 탓도 있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노령화와 같은 장기수요 변수의 변화에 의해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형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아파트보다 투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역세권과 신축 등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연립·다세대의 주거환경이 아파트에 비해 열위에 있다"면서 "수요기반이 약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나 전세수요자 모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매맷값 상승폭을 키우며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저금리와 유동자금 유입, 정부규제 완화, 전세난 등 복합적인 상황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매맷값 상승세가 미미한 것은 투자수요가 제한적이란 반증이란 것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가계소득의 정체와 가계부채는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동하며 대다수 수요 가계에서는 주거 비용을 늘리거나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전반적인 회복세가 이어지더라도 평균적인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세난에 따른 임대수요의 매매전환이 최근 거래 증가의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을 뿐 경기 불안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는 여전해 고가의 투자상품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택시장에는 부정적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금리 상황과 급증한 공급물량의 흡수 여부가 내년 이후 주택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의 인기를 얻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하우스푸어가 많아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영향으로 연체율이 낮아지며 하우스푸어 문제가 수면아래로 침잠했지만 금리인상이 현실화하거나 부채상환능력없는 가계대출이 더 크게 늘경우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최근의 실수요 거래자 중 상당수가 전세난과 전셋값 상승 압박에 떠밀려 매매전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출 비중이 과도한 거래나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힘든 불안정한 대출자가 없는지 계속 파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가계대출의 즉각적인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노희순 책임연구원은 "오히려 기존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거나 금리변동에 노출돼 시장변화에 따라 하우스푸어로 쉽게 변할 수 있는 가구를 일정부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다만 전환 후 일정기간 원금을 상환한 경우 대출여력이 회복되면서 다시 대출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