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어촌체험마을은 마을형 리조트이자, 테마파크"

2015-04-01 08:05
류청로 어촌어항협회 이사장에게 듣는 어촌관광 활성화의 답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 [사진 = 한국어촌어항협회]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바야흐로 어촌관광의 시대다.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는 어촌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가족·연인, 친구와 함께 즐기는 어촌체험마을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차별화를 이루며 각광을 받고 있다.

주 5일제 정착 이후 레저 문화에 대한 관심과 분야가 다양해진 가운데 어촌체험마을은 힐링과 더불어 도시에서 볼 수 없던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무장, 신드롬을 낳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촌체험마을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 확실하게 우리나라의 휴양 문화로 자리 잡겠다는 각오로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험마을 정착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체계화된 마케팅과 고급화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어촌어항협회 류청로 이사장은 어촌관광의 신드롬을 이어 '시즌2'의 성공시대를 이끌어 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이다.

아주경제신문은 '어촌관광활성화'의 중심에 서 있는 류청로 이사장에게 어촌과 어촌체험마을의 나아갈 길, 수산업의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 "어촌체험마을은 마을형 리조트이자, 테마파크"

그 어느 때보다 어촌체험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류 이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어촌체험마을을 정의 내려 달라고 물었다.

류 이사장은 "어촌체험마을은 어촌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어촌특성화 마을로 전국에 106개소가 운영 중"이라고 일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어 "제가 생각하는 어촌체험마을은 마을형 리조트이자, 테마파크"라며 "이곳에서는 어촌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류 이사장은 "리조트 내에 즐길 거리, 숙박, 음식점 등이 갖춰진 것처럼 어촌체험마을에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낚시, 갯벌체험, 전통어업체험, 해양레포츠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고, 직접 잡은 신선하고 안전한 우리 수산물이 있다. 또한 펜션, 민박, 캠핑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탁 트인 바다 풍경과 함께할 수 있다"고 긴 호흡으로 말을 이었다.

이어 류 이사장은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소개된 만재도와 같이 배를 타고 6시간씩 가지 않아도 조용하고 깨끗한 어촌이 가까운 곳에 있다"며 "어촌마을에 대해 소개하는 바다여행 사이트(www.seantour.com)에서 어촌체험마을을 찾아보고 이번 주말에 다녀오길 바란다"고 권했다.

어촌체험마을로 등록된 어디를 가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어촌체험마을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서 당연하다는 듯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어촌체험마을은 6차 산업의 롤 모델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류 이사장은 어촌체험마을이 이 6차 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1·2·3차 산업이 단순히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기존과 완전히 새로운 융합산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이사장은 "어촌공간에 1차, 2차, 3차 산업이 다 있으면 6차산업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물질을 융합을 통해 기존과는 완전히 새로운 합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촌에서 핵심산업은 1차 수산업이 돼야 하고 해양지향적 문화를 활성화하면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신융합형 산업공간을 창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류 이사장은 "어촌어항협회는 1차 산업의 근간인 어장의 생산력을 높이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3차 산업인 어촌관광문화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제조, 가공, 유통 등 2, 3차 수산 관련 산업 분야가 더 정제되고 보완된다면 큰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 [사진 = 한국어촌어항협회]


◆ 어촌체험마을의 성공 이유는 "끊임없는 변화"

지난해 97개소의 어촌체험마을은 총 88만4930명의 관광객이 찾아 223억8280만원의 체험소득을 올려 지난 2001년 어촌체험마을이 시작된 이래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올린 약 224억원의 매출은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거둬들인 수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류 이사장은 "어촌체험마을을 운영 중인 마을조차 세월호 여파로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의외로 선방한 것"이라며 "탄탄한 프로그램과 체험마을의 꾸준한 관리가 소득 누수를 최소화시킨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9개 마을이 늘어난 올해는 106개 마을에서 1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해 3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어촌체험마을의 성공 요인은 '끊임없는 변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류 이사장은 "어촌체험마을이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관광객과 매출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큰 힘을 발휘했다"며 "어촌 스스로 변화에 동참하며 관광객의 재방문과 입소문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지역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어촌체험마을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추진한 전문가 컨설팅 외에 지난해부터 시작한 '어촌체험마을 간 멘토링', '어촌체험마을 사무장 현장교육' 등 더 나은 어촌이 되기 위한 변화는 큰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마을주민 간 갈등 등 시련도 많아

어업인 소득 감소 및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2001년 시작된 어촌체험마을은 매년 100만명의 국민이 찾아오고 어촌지역 사회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류 이사장은 "가장 큰 어려움은 잘 살아보고자 시작한 일이 마을주민 간 갈등의 요소가 됐을 때였다"며 "주민의 무관심, 리더의 잦은 교체, 수익분배의 문제와 관광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을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어촌어항협회, 민간전문가들이 모여 마을 리더의 역량 강화를 시작으로 마을주민공동체 의식 강화, 선진사례 견학, 외부 전문가 컨설팅 등 어업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쉴새 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과 함께 어업인 스스로의 노력 덕분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류 이사장은 특히 "바다를 잘 아는 어업인들이 직접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체험을 진행하기에 전국 100여개 어촌체험마을에서 큰 안전사고 없이 10여 년간 운영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고 자랑했다.

이어 "앞으로도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마을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미흡한 점은 보완하는 마을별 맞춤형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어촌을 휴식과 새로운 창조의 공간으로 찾고, 안전하고 싱싱한 zero-mile(원산지) 수산물을 드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어촌관광활성화의 또 다른 성과…도시와 어촌의 '소통의 장' 마련

류 이사장은 어촌관광활성화로 인한 숨겨진 성과는 도시민과 어업인의 소통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이사장은 어촌의 폐쇄적인 성격에 대해 "어업은 항상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되고 위험한 일일뿐더러 마을어장의 수익을 공동 분배하는 경제공동체인 어촌계라는 조직이 외지인들에게는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다"라며 "이것은 삶의 방식과 문화가 육지의 토지지향적 문화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다는 어업인들에게는 생업의 공간이자 생활의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개방한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문화가 어촌관광을 시작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어촌계원이 아닌 마을주민들도 역할을 하게 되고 또 일정 기간 마을에 거주하면서 마을공동행사에 참여하면 어촌계원의 자격을 주는 등 개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이사장은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난 마을 출신의 젊은이들이 돌아오거나 귀어귀촌을 하는 도시분들이 늘고 있는 것이 어촌관광활성화의 또 다른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업을 체험하고, 먹고 즐기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사는 도시민과 어업인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장이 마련됐다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성과"라고 자신했다.

◆ '무장애어촌체험마을' 개발 등 '시즌2' 준비에 박차

어촌체험마을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기본적인 체험, 안내시설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면서 어촌관광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류 이사장은 아직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류 이사장은 "더 많은 국민이 어촌과 바닷가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어촌문화를 배우고 즐기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장애인과 노령층도 바다를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무장애어촌체험마을 등을 개발하고 관광객 수용태세를 더욱 개선하는 등 어촌체험마을 제2차 도약을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류 이사장은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하루, 한 달 앞을 차근히 준비하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이사장은 "어촌체험마을은 국민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나하나 잘 챙기겠다"며 "우리 어촌과 어항 그리고 수산물을 국민이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은

지난 1월 26일 취임한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은 해양공학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그는 부경대 어업학과(학사), 부경대 대학원 수산물리학과(석사), 일본 오사카대 대학원 공학연구과(박사)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1984년부터 부경대에서 교수, 학장과 교무처장을 지냈으며 한국해양공학회 회장 등을 거치며 조직 리더십과 행정력에 대한 노하우를 겸비했다.

또한 한국어촌어항협회 비상임이사를 지내는 등 어촌·어항·어장 및 수산공학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방기혁 한국어촌어항협회 전임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8개월간 공석이던 이사장직을 맡게 된 그는 어촌의 6차 산업화와 관광 활성화를 통해 어업인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수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