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객기 의도적 추락, 각국 항공사 규정 재정비...과거 조종사의 의도적 사고 사례는?

2015-03-27 11:42
저가항공사 대부분 ‘조종실 2인’ 규정 없어…문제의 부기장 과거 우울증

[사진 출처: CNN 동영상 캡처]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독일 여객기 추락 사고가 부기장의 의도적 추락일 수도 있다는 프랑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각국 항공사들이 부랴부랴 조종실 규정 재정비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BFMTV 보도에 따르면 브리스 로뱅 검사는 조종석 블랙박스 확인 결과에 대해 “기장이 자리를 비우자 조종석에 혼자 남은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조종석 문을 잠그고 여객기의 하강 버튼을 눌렀다”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행기를 고의로 파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종실 안에 한 명의 조종사만 남아 단독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이 항공사 관리 규정의 허점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적했다.

실제 사고가 난 독일 저가 항공 저먼윙스를 비롯, 상당수 항공사는 ‘조종실 2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조종실 2인’ 규정은 조종사 2명 중 1명이 조종실을 벗어나면 다른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가게 해 조종실에서 항상 2명이 자리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규정이다. 미국 항공사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 규정을 전면 도입했다.

영국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은 27일부터 운항 시간 내내 조종실에 두 명의 승무원이 함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보도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과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 캐나다, 영국 전세 항공사인 모나크항공, 노르웨이 저가항공사인 노르웨이 에어 셔틀 등도 ‘조종실 2인’ 규정을 두겠다고 밝혔다. 독일 항공업협회(BDL)도 이날 성명을 내고 조종실 2인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도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자살비행’ 사례가 종종 있었다.

2013년 11월 29일 모잠비크에서 앙골라로 운항하던 모잠비크항공 여객기가 나미비아 북동부 국경지대에 추락해 탑승자 33명이 전원 사망했다. 예비 조사 결과 기장은 부기장이 화장실을 가느라 조종실을 비운 사이 여객기 고도를 급격히 낮춰서 사고를 일으켰다.

모잠비크 여객기와 저먼윙스 여객기 사건 모두 블랙박스 음성녹음장치 확인 결과 잠시 자리를 비운 다른 조종사가 문이 잠긴 조종실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녹음돼 있었다.

1999년 10월 31일 이집트항공 보잉 767기가 미국에서 추락해 217명이 사망했을 때도 자살 비행 논란이 일었다. 추락 직전 조종석에 부기장이 혼자 있었으며 부기장이 “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짧은 기도를 한 뒤 자동비행장치와 엔진이 차례로 꺼졌다.

당시 부기장이 의도적으로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는 정황이 발견됐으나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원인을 결국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1997년 12월 19일 싱가포르 실크에어 보잉737기 추락 사고는 기장이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업무와 관련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던 기장은 비행기록장치를 모두 끈 채 비행기를 고의로 급 하강시켰다. 이 사고로 총 104명의 탑승객이 사망했다.

한편 루비츠 부기장이 6년 전 우울증 증세로 수 개월 휴직 한 적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루비츠 부기장의 과거 학교 동료가 자신에 엄마에게 “과중한 피로 때문에 루비프가 우울증에 빠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저먼윙스 모회사 루프트한자의 카르스테 슈포어 최고경영자는 “루비츠 부기장이 2008년 부조종사 자격을 얻고 나서 6년 전에 훈련을 받던 중 수개월 쉰 적이 있으나, 휴직 사유를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