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노, 공무원연금 개혁안 뭐가 다를까…기여율·지급률 4자4색 셈법

2015-03-27 07:18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시한 종료가 초읽기에 들어간 26일 야당과 공무원노조의 구체적인 개혁안이 제시됐다.

이로써 기존 정부안과 새누리당에 더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모두 4개안이나 제시되면서 향후 합의과정에서 4자간 신경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가 주도로 자체 개혁안을 내놨지만,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내는 돈)과 연금 지급률(받는 돈)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가 빠진채 △기여율‘7%+α’△지급률 ‘1.9%-β’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권은 “모호하고 비겁한 행동”이라며 즉각 비난했고, 공무원노조 측도 새정치연합 당사 점거 농성까지 벌이며 거세게 반발했다.
 

기존 정부안과 새누리당에 더해 야당과 공무원노조 측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모두 4개안이나 제시되면서 향후 합의과정에서 4자간 신경전이 치열할 전망. [사진=행자부 공무원연금 개혁광고 캡처]


◆야당 공무원연금 개혁안, 기여율 9%·지급률 1.7% 사실상 확정

결국 새정치연합은 정확한 수치를 뺀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기여율 9%(현행 7%에서 2%포인트↑) △지급률 1.7%(현행 1.9%에서 0.2%포인트↓)로 사실상 확정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26일 "전날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 표현된 'α값'은 2%포인트, 'β값'은 0.2%포인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체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좀 낮아지지만, 받는 돈의 측면으로 보면 중하위직은 (현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최소 1.7%의 지급률을 시사했다.

야당안의 또 다른 특징은 신규 공무원과 재직자를 분리한 정부·여당안과 달리 양측에 동일한 연금제도를 적용한 점이다. 강 정책위의장은 "현직과 신규 공무원에 연금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해 위화감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여당안은 재직자와 신규 공무원을 차등화해, 신규 공무원은 사실상 국민연금(기여율 4.5%, 지급률 1.0%) 수준을 낮추는 대신 현재 민간의 39%에 불과한 퇴직금을 100%로 상향하는 것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또한 재직자는 10%의 기여율을 부담하되 각각 1.5%(정부), 1.25%(새누리당)의 지급률을 적용 받는다.

여권에서 절충안으로 부상한 김태일 고려대 교수의 이른바 '김태일안'은 새누리당 방안에다 '개인저축 계정'(정부 2%, 공무원 4%씩 매월 적립해 수익금과 함께 은퇴 후 돌려받는 것)을 도입하는 게 골자로 한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는 저축계정 도입시 "공적연금의 사적연금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공무원노조는 야당의 개혁안이 공무원의 부담을 키운다고 반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기여율을 8%로 높이면서 간접적인 소득재분배를 수용할 있다는 입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관계자들이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공무원노조 기여율 8%, 지급률 인하 반발…간접적 소득재분배 효과만 인정 

공무원노조는 야당의 개혁안이 공무원의 부담을 키운다고 반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기여율을 8%로 높이면서 간접적인 소득재분배를 수용할 있다는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급액을 결정하는 지급률 인하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009년 개혁 이후 추가 개혁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대타협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는 있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투본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 대신 기여율과 지급률 등 핵심변수만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의 틀을 신규·재직 공무원 구분없이 적용하되 기준소득 상한을 현재의 1.8배에서 약 1.6배로 낮춰 간접적인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오는 27일 대타협기구 전체회의에 앞서 공식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투본은 간접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여야는 연금개혁을 통한 소득재분배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기여율 9% 가운데 절반인 4.5%, 지급률 1.7% 가운데 1.0%는 국민연금과 같은 방식으로 'A값(연금 수급 전 3년간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과 'B값(본인의 가입기간 평균소득)'을 적용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고, 나머지 기여율 4.5%와 지급률 0.7%는 B값만 적용해 소득비례 기능을 둘 계획이다.

새누리당도 신규 공무원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국민연금 방식으로 변경하고 재직자도 기여율을 10%로, 지급률을 1.25%로 맞추되 A값과 B값을 절반씩 적용하는 소득재분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문제가 또다른 복병이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평균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 비율로,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연기금의 수익률과 무관하게 기여율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57%에서 정부안은 45%(재직자 기준), 새누리당안은 39%로 축소된다. 새정치연합 안은 43.5~51% 수준이다. 공투본은 60%의 소득대체율을 주장하면서 4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타협기구는 활동 종료를 이틀 앞둔 26일 노후소득보장분과위원회와 연금개혁분과위원회의 마지막 회의를 잇따라 개최, 전날 합의된 재정추계 모형을 바탕으로 타협안 도출을 시도했다.

전문가 절충안(김태일안)을 비롯해 정부·여당, 야당과 노조의 개혁안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대타협기구 참여 주체의 모든 개혁안이 협상테이블에 오르게 돼 대타협기구 활동 종료일인 28일까지 최종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