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DJ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전두환 배상의무 불인정
2015-03-20 20:32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0일 이 전 의원이 정부와 전 전두환 대통령, 이학봉 전 단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택돈 전 의원은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이택돈 전 의원의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는 전 전두환 대통령과 이학봉 전 단장의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전 의원과 이신범(66) 전 의원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강제 연행된 후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범행을 자백하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신민당 소속으로 국회 회기 중이었던 이택돈 전 의원은 현행범이 아닌데도 영장 없이 끌려가 수사관들 강요로 의원직을 사직했다. 대학생이었던 이신범 전 의원은 서울대에서 제명됐다.
특별사면에 이어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이들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합수부 수사단장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 등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 전원이 돈을 모아 이택돈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이신범 전 의원에게 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을 1억원, 2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2심은 특히 이신범 전 의원에 대한 전 전 대통령과 이학봉 전 의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기록 명단에 이택돈 전 의원만 있고 이신범 전 의원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이택돈 전 의원이 소송을 너무 늦게 제기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신범 전 의원뿐 아니라 이택돈 전 의원도 전 전 대통령과 이학봉 전 의원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만, 정부가 2심에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부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DJ 내란음모 사건'은 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잡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며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으로,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으로 고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 받았으며 2004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