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자' vs '안 된다' 軍-주민 갈등 잇따라

2015-03-18 20:04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 저지에 나선 문규현 신부가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군시설 설치와 관련한 갈등은 전남 여수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이를 지역이기주의를 의미하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등 많은 제약을 받아야 할 주민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기에 앞서 군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해를 구하고 주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발 물러서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해군기지 문제다. 이 공사는 지난 2007년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일대가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된 지 9년 만인 올해 말에 완공된다.

제주 해군기지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쟁점화가 됐고, 도지사 주민소환운동까지 벌이는 등 군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관사를 놓고 반발과 찬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 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5개 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착수했다. 해군은 당초 군 관사를 616가구 규모로 계획했으나 주민 반발과 토지매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72가구로 대폭 축소했다.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군이 강정마을 전체를 군사기지화 하려한다며 공사장 출입구를 가로막는 등 공사 저지에 나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정치권이 나서고,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군 관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건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해군과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광주 평동 포 사격장 장성 이전 문제도 지난 2011년 추진 후 4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장성군은 "현재 기존 군사시설의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군사시설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은 불가하다"며 "포 사격장 이전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 제67호인 북악산 중턱에 신축한 지하 1층, 지하 2층 500평 규모의 군부대 막사를 두고도 명승지 경관 훼손은 물론 산사태 우려 논란으로 상당기간 표류했다.

서해 5도 전력증강을 위해 추진한 백령도 연화리 일대 3만4561㎡에 들어설 군용헬기장 건립문제도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었다. 국방부는 추가로 땅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기존 헬기장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강원도 삼척 와우산 군부대 휴양소 건립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이 마을 인근 건립은 절대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군부대 영내에 이전 신축했다.

이처럼 군 시설물 건설로 주민과의 갈등을 빚는 곳은 여수를 비롯해 광주,강원,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강력 반발은 개발 제한으로 인한 땅값하락, 재산권 침해, 각종 개발 제약, 개발 시 까다로운 협의 절차, 비선호 시설 등의 문제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2월 경기도 포천에서는 군사보호구역에서 살던 50대 남성이 군 규제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재건축하려다 관련 법 규정에 걸려 좌절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관련한 군과 지역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결 주체인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과 해제, 규제완화에 대한 결정권은 군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관계자인 주민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고 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합의를 모색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