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선출 내홍’ 동국대 학생들 이사장실 점거농성
2015-03-11 21:22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차기 총장 선임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는 동국대에서 신임 이사장 선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11일 오후 이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동국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께 학부·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 10여명이 신임 이사장인 일면스님의 출근을 저지하겠다며 서울캠퍼스 본관 이사장실을 점거했다.
이어 오후 6시께 이사장 인수위원회 측 관계자 30여명이 이사장실 진입을 시도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 1명이 얼굴을 다쳤고 떠밀려 넘어진 교수 1명이 구토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회 측은 “총장 선출 과정을 파행으로 이끈 조계종단이 이번에는 불법으로 선출된 신임 이사장을 앉혀 외압을 가하고 있다”며 “반드시 내일 아침 일면스님의 출근을 막겠다”고 밝혔다.
반면 인수위 측은 “일면스님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이사장”이라며 “내일부터 출근해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정련스님이 지난 9일 영담스님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신임 이사장 선출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편 동국대 교수협의회와 학부·대학원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으로 구성된 ‘동국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날 교내에서 출범식을 열고 총장 선임 원점 재검토와 종단의 공식 사과,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총장 선출 과정에서 종단 수뇌부가 특정 후보에 대해 사퇴 압박을 가했고, 이사회는 이에 맞서 학원의 자주성을 지키기는커녕 모든 동국인의 반대에도 '표절 총장'의 선임을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처럼 학원의 자주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근본 원인은 종단이 대학 운영에 초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이사회 구조”라며 “이사 13명 중 9명을 종단 추천 스님이 차지하는 이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종단 정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국대는 차기 총장 선출을 놓고 종단이 특정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에 반발한 다른 후보자들의 사퇴로 단독 후보가 된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논란까지 겹치면서 내부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