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중국 골프장 1만개까지 건설될 것…한국 전문가 활동영역 널려 있어”

2015-03-12 08:27
김운용 중국 완다장바이산리조트 총경리고문·전 나인브릿지골프장 대표

김운용고문은 "한국골프는 '부자들의 놀이'에서 벗어나 대중화로 거듭나야 한다"며 "특히 오는 10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이 국민적 축제가 되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세구 기자]




중국 정부, 오는 6월까지 골프장 정비 계획
중국에서도 골프는 아직까지 ‘특수층의 놀이’
세계 100대 코스 가운데 72곳서 라운드 경험
한국 골프, 대중 스포츠화해야 한단계 더 발전




김운용(68)씨는 스포츠인으로서 성공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할만하다.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던 김운용씨와 동명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그는 배구 선수로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그 이후엔 삼성의 프로스포츠 관리 파트에서 잔뼈를 굵게 한 후 국내 유수의 골프장 대표를 약 15년 맡았다. 1년전부터는 중국 지린성 장바이산(백두산) 근처에 있는 ‘완다(萬達) 장바이산 국제 리조트’ 총경리고문(경영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요즘같은 시대에,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현역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러움을 사기에 족하다.

완다 장바이산리조트에는 골프코스 54홀, 스키장 43면, 호텔 3500실, 온천, 공연장, 쇼핑몰 등이 들어섰다. 중국에서 돈많기로 첫째나 둘째로 꼽히는 왕젠린(王健林)이 이 리조트를 보유한 완다그룹 회장이다.

김운용 고문은 이곳에서 한국 골프 문화를 전수하고 있다. 휴장기간에 귀국한 그를 만나 중국 골프 개황부터 물었다.

“중국에는 6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중국 골프장은 관광특구인 하이난성에 있는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허가로 또는 음성적으로 건설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는 오는 6월까지 골프장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농경지를 골프장으로 전용했거나 상수원 보호구역에 들어선 50여개 골프장을 우선 폐쇄하고, 다른 골프장도 환경적합성 여부를 체크한 다음 적법할 경우엔 양성화한다는 방침이지요. 베이징 근교 골프장도 10여개가 폐쇄될 예정이라는군요. 그 이후엔 각 지역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골프장이 들어서겠지요. 일본에 2600개 골프장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은 인구로 보아 1만개 정도가 적합하다고 한 연구소가 예측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신규 골프장은 평지보다는 산악지역에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친 김에 중국 골프 문화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우리와는 좀 다를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크게 틀리지 않았다.

“중국 골프는 우리보다 더 특수층이 하는 사치성 운동으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골프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프라이드가 대단하지요. 그만큼 골프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곱지 않습니다. 우리식의 ‘접대 골프’가 아니라 부자들끼리, 친한 사람들끼지 하는 ‘놀이 문화’ 차원에서 골프를 합니다. 따라서 남들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칩니다. 반반지를 입고 오는 등 복장도 자유롭고요. 혼자만의 특별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므로 골퍼 한 명당 캐디 한 명 또는 골퍼 두 명당 캐디 한 명이 따라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티켓과 매너가 덜 중시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적습니다. 골프장의 서비스도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중앙정부에서 2025년까지 스포츠를 국민건강 증진 수단으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그 때가 되면 좀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그는 지난 1년동안 중국 골프장에서 운영을 맡았다. 캐디 교육부터 코스 관리까지 골프장의 전 분야에 그의 손길이 미쳤다. 중국보다 먼저 골프를 접한 한국골프가 중국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분야지요. 코스 관리, 운영관리(지배인급), 캐디교육 등…. 프런트에서 이름을 제대로 등록하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金 金 金’으로 쓰고 마는 손님들이 있어요. 그래도 어쩌지 못합니다. 내장객들이 모두 특수층이고, 그들은 특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원래 농민들이 우대받는 국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는 정부의 관심이 서비스산업 육성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 문화가 비슷한 우리가 한 발 앞선 골프장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도 최근 한국 골프장 현실이 입회금 반환, 중과세, 골프인구 감소 등 탓에 위기라는데 동의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골프장을 경영해본 그라면 해결책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국내 골프장이 생존하려면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경영해야 합니다. 주주만족, 고객만족, 임직원만족입니다. 주주를 만족시키려면 혁신을 통한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매출증대를 위한 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며, 공동구매·정보기술(IT) 접목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위한 혁신을 해야 합니다. 고객만족은 차별화에 있습니다. 고령화 및 젊은층에 맞는 서비스 차별화와 남녀노소에 따른 서비스 세분화가 필요하지요.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긴요합니다.”

그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골프도 잘 한다. 아마추어 고수로서, 골프장 경영자로서 아마추어들이 골프를 잘 치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요청했다.

“최경주가 말했던가요. ‘골프 기량은 흘린 땀에 비례한다’고요. 진부한 얘기이지만, 연습이 최선의 길이라고 봅니다. 똑같은 연습을 하더라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지요. 둘째는 ‘골프는 멘탈게임’이므로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가름납니다.”

그는 미국 골프매거진에서 선임한 ‘세계 100대 코스 선정 위원(패널)’이다. 코스를 변별하려면 그 곳에서 라운드를 해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김고문만큼 세계 유명 코스에서 많은 라운드를 해본 국내 인사는 찾기 쉽지 않다.

“100대 코스 가운데 72곳에서 라운드를 해봤습니다. 100대 코스 언저리에 있는 골프장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곳을 가봤지요. 패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곳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한 곳에서만 열리는 마스터스 개최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 그리고 100대 코스 발표에서 단골로 1위에 오르는 미국 뉴저지주의 파인밸리GC입니다. 5년전 비가 오는데도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라운드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 남녀 프로골퍼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골프 브랜드가 없고, 국내에서 골프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전수전 겪은 김 고문의 ‘고언’에서 한국골프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인트 앤드루스는 골프장 하나로 1년 내내 관광객이 북적입니다. 지름 약 43㎜의 작은 공 하나로 그 도시민들이 배불리 먹고 살아갑니다. 그 선조들의 혜안 덕분입니다. 우리는 선수들이 해외에서 국가 브랜드 제고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데도 골프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골프산업의 연간 시장규모는 약 12조원입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결코 작지 않지요. 골프를 ‘부자들의 놀이’로 치부하지 말고,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올해는 전세계 골퍼들이 지켜볼 프레지던츠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이 대회가 국가적 행사로, 국민적 축제로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김운용 고문은?

김 고문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배구 선수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 농구·야구·골프 등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약 30년동안 스포츠와 인연을 맺어왔다”며 웃는다. 특히 CJ에서 건설한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과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 대표를 역임하며 한국 골프를 한 단계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는 2008년부터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패널)으로 활동중이다. 그 덕분에 세계 명문 골프장을 직접 보고 라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100대 코스 패널은 아시아에 3명 있다. 김 고문 외 나머지 두 사람은 일본인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가 유일하다. 2013년말 CJ에서 은퇴하자마자 중국에서 스카웃 손길이 왔다. 바로 백두산에서 한 시간 거리인 복합리조트의 경영고문으로 1년여동안 재직했다. 600만평의 대지에 들어선 리조트에서 그는 한국 골프장과 골프의 노하우를 움트고 있는 중국 골프에 접목하는 시험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력 24년에 핸디캡은 10이다. 베스트 스코어는 72타이고 홀인원은 한 차례 했다. 골프 전문가답게 ‘골프는 남을 배려하는 스포츠’라는 골프신조를 갖고 있다.

주요 약력
-1947년생(경남 사천)
-1966년 제일제당 실업배구 선수로 입단
-1978∼80년 삼성 프로농구단 매니저
-1982∼87년 삼성 프로야구단 관리부장
-1999∼2013년 CJ 제주나인브릿지 대표 및 CJ 해슬리나인브릿지 대표
-2008년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
-2014년 중국 완다 장바이산 국제리조트 총경리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