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잠잠하더니 정피아 논란으로 들썩… 금융권 전체로 확산 우려

2015-03-10 15:46

[아주경제 임이슬]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 전반에 '정피아(정치+마피아)' 논란이 뜨겁다. 그동안 '관피아' 논란을 낳으며 관료 출신들이 주로 꿰찼던 금융계 요직을 최근 들어 정치권 출신들이 잇따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정 인물을 선임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계속되고 있고, 금융공기업 사장 선임 등도 맞물리면서 정피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 사외이사 자리에 정치인 출신들이 속속 선임되고 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선임되면서 불거졌던 민관유착, 전관예우 논란으로 관피아들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정치인들이 새로운 낙하산 인사로 금융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한기 호서대 초빙교수, 홍일화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교수, 고성수 건국대 교수 등 4명을 선임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행장과 같은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으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을 신청했으며,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 홍일화 고문은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천혜숙 교수는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배우자가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이어서 정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 대변인이었던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한 바 있다.

문제는 정피아 논란이 다른 금융사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있는 KB금융과 같은 민간 금융사와 NH농협금융,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금융사 및 공기업 등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KB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진에 특정 인사를 앉히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사장 자리에 금융권 경험이 없는 18대 국회의원 출신 친박계 인사를 선임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다른 인사를 추천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부터 공석인 KB국민은행 감사 자리에 대한 정치권의 인사 청탁도 이어지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 중인 NH농협금융 역시 정피아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농협의 특성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후임 자리도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통해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의사결정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용돈이나 벌자'는 심산으로 금융사 사외이사로 왔다가는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민간금융기관 인사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부에서 이같은 압박이 들어온다면 금융위원장으로서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