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성토 다큐에 이어 '反스모그 시위'까지…중국 정부 '화들짝'

2015-03-10 11:08
스모그 다큐로 촉발 …정부 스모그 대처 무능력 성토
시위인사 체포…관련 사진·글 삭제…스모그 다큐도 접속 차단

8일 반 스모그 집회를 앞두고 중국 온라인 상에는 각 지방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사진=트위터]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스모그 대처 능력을 성토하는 반(反) 스모그 시위가 열렸다. 스모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예상 밖 파장을 불러오자 중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시안 도심 한 쇼핑센터 앞에서 약 10명의 시민들이 모여 마스크를 쓴채 정부의 스모그 퇴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반 스모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홍콩명보, 웨이보]


지난 8일 중국 시안(西安)시에 위치한 산시(陝西)성 정부 청사 입구와 카이위안(開元) 쇼핑센터, 도심 광장 곳곳에서 약 10여명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스모그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졌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스모그 암 유발’, ‘스모그 인체 유해’, ‘스모그 퇴치는 정부 책임’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당국이 환경오염에 무능력하게 대처해 스모그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항의했다.

비단 시안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장시(江西)성 닝두(寧都), 쓰촨(四川)성 러산(樂山),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도 반 스모그 집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나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반 스모그 집회는 스모그 다큐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의식한 누리꾼들이 온라인 상에서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이었다.

지난달 말 중국 온라인에서 전직 중국중앙(CC)TV 간판 여성 앵커 차이징(柴靜)이 중국 내 스모그의 폐해를 파헤친 100여분 짜리 다큐멘터리 ‘돔 천장 아래서’가 공개된 후 하루 새 클릭 수 1억 건을 돌파하는 등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 스모그 다큐를 연일 화제로 다뤘다. 천지닝(陳吉寧) 신임 환경보호 부장조차 다큐를 극찬했을 정도였다. 

차이징이 지난 1년간 자비를 들여 만든 이 다큐는 그의 딸이 스모그로 악성 종양을 앓은 뒤에 다큐 제작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야말로 모성애가 탄생시킨 작품인 셈이다.

누리꾼들이 반 스모그 시위 날짜를 3월 8일 여성의 날로 잡은 것도 다큐에 영향을 받아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날 시안 도심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 2명이 체포됐으며, 시위 관련 사진과 웨이보(微博) 글은 인터넷에서 삭제됐다고 명보는 전했다. 스모그 다큐 역시 지난 주말부터 인터넷 상에서 접속이 전면 차단됐다.

외신들은 다큐가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를 초래하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서둘러 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스모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스모그를 우려하는 민심이 들끓으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兩會)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3.1% 이상 축소 △화력발전소 오염물 방출 억제를 위한 개조사업 추진 △석탄소비량 ‘제로증가’ 실현 촉진 등을 약속했다.리커창 (李克强) 총리도 양회에서 “환경 오염은 민심의 아픔인 만큼 엄격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