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대신 채찍…정부와 멀어지는 재계
2015-03-10 08:02
정부, 구조개혁 강화…임금인상 등 전방위 압박
경총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경총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시장 친화적 정책보다 단기 효과에 집중하면서 금융·재계 등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그동안 각종 규제완화 등 시장 친화적 정책을 버리고 강도 높은 구조개혁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나석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3~4월을 구조개혁 골든타임으로 정한 만큼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할 태세다. 최근 수위가 높아진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기업 목소리를 반영하기보다 정부 방침을 고수하는데 중점을 둔 이유다.
임금인상은 재계를 옥죄고 있다. 기업이 임금인상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기존 기업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수용하자 성과를 내기위한 고육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온 부처간 협업, 시장과 소통보다 구조개혁을 통해 일방통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신 재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4일 한 국책기관 조찬강연에서 내뱉은 ‘임금인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모습이다.
9일 서울 관악구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도 최 부총리는 임금인상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민자 투자를 활성화해 투자가 회복되고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돼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기업의 임금인상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임금인상을 고집하는 것은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은 경기부양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위한 당근책을 내놨지만 투자, 고용 등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기업 달래기에 지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재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임금인상을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복선이 깔려 있다. 우선 연말정산으로 분노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포석이다. 들끓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임금인상’은 솔깃한 제안인 셈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고육책도 임금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친기업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 움직임도 가세했다.
재계의 소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대한 정부의 질책성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금인상을 통해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정책 동참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재정이 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하자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한 모양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노동개혁에서 임금 인상은 반드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재계에서 무조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무조건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아니다. 재계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오는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통해 현안을 해결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경총은 “제도변화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1.6%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한다”며 “과도한 임금 상승은 해당 기업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근로자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