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유로 채권 발행 봇물...QE 시행에 저금리 자금조달 노려
2015-03-09 10:40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기업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적 양적완화(QE) 시행에 따라 저금리 자금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현지 기업 인수 자금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양적완화 시행이 임박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채권 대신 유로화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본토기업의 유로화 채권발행액은 2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유로화 채권 발행액 33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중국기업의 유로화 채권 발행이 전혀 없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미 1조5000억 유로 이상의 유럽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했다. ECB는 오는 9일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설 예정이어서 추가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기업이 유럽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 확보 및 환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로화 채권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 전력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는 지난 1월 1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또 중국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포선인터내셔날도 최근 지난달 9억3900만 달러를 들여 프랑스의 리조트 그룹인 클럽메드를 손에 넣었다. 이 그룹은 포르투갈에 금융 및 헬스케어 관련 자산을, 그리스에 면세점을, 독일에 패션 브랜드 탐 테일러(Tom Tailor)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인도, 홍콩 기업들도 유로화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 기반을 다각화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유로화 채권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월풀, 켈로그, 코카콜라 같은 미국 기업이 이미 이에 동참했으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사상 처음으로 유로화 자금조달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로화 채권을 발행한 미국 비금융기업은 모두 15곳으로, 발행 규모는 총 21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유로화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반면, 중국 기업의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 이른바 '딤섬본드'의 발행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올해 들어 발행한 딤섬본드 규모는 2억5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는 작년 1분기 66억달러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베키 류 애널은 딤섬본드의 올해 발행액이 지난해보다 15%가량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딤섬본드가 외면을 받는 것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163억 달러로 여전히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존 프랫 바클레이즈 아시아지역 채권 헤드는 "중국기업의 유로화 채권 발행은 가장 좋은 헤지(위험회피) 수단"이라면서 "유로화 채권시장은 틈새시장으로 꾸준히 각광을 받을 것이며, 중국 기업들의 유로화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